HD현대중·한화오션 갈등 점입가경…"허위사실"vs"도덕 없어"

입력 2024-05-07 18:39  

HD현대중·한화오션 갈등 점입가경…"허위사실"vs"도덕 없어"
HD현대중, 한화오션 명예훼손 고소…한화오션 기자회견 대응차원
'수석부장' 지위 놓고 설전…차기 군함 입찰서 반복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다시 한번 격돌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은 방위사업청의 결정을 반박하기 위해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수사 기록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 피의자 조서 등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한화오션을 고소했다.
이에 한화오션도 군사기밀 유출에 대해 강력 대응을 거듭 천명하면서 두 기업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은 향후 진행될 국내외 특수선 사업 입찰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조선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 HD현대중, 허위사실·명예훼손 고소…한화오션도 맞대응
7일 경찰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일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회견을 연 한화오션 임직원들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했다.
한화오션 임직원들이 의도적으로 편집된 수사 기록을 언론에 공개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자사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HD현대중공업 측의 주장이다.
한화오션도 HD현대중공업의 고소가 '아전인수'식 대응이라고 비판하며 군사기밀 유출 행위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특히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고소에 대해 "안타까운 도덕관념"이라는 직설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두 기업의 갈등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을 제한하지 않은 방사청의 행정지도로부터 시작됐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2월 계약심의회를 열어 HD현대중공업 입찰 제한 여부를 심의했고,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을 유지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한화오션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회사는 경찰에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정황을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냈고,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임원 개입의 증거라며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이 이러한 수사 기록이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입수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일부만 의도적으로 발췌·편집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고소에 나서면서 두 기업의 갈등은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 '수석부장'은 임원인가…"아니다" vs "다른 증거 많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가장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군사기밀 유출에 개입했던 HD현대중공업'수석부장' 직급이 방사청의 제재가 주어지는 청렴의무 위반 대상인 '임원'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와 관련, 한화오션인 최상위 직원 등급인 수석부장을 임원으로 둔갑시켜 방사청의 입찰 참가 제한이라는 제재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수사 기록을 공개했고, 이마저도 의도적인 짜깁기로 수석부장을 임원으로 둔갑시켜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수석부장을 임원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HD현대중공업 임원급 인사가 기밀 유출에 개입하는 등 청렴의무를 위반했다는 정황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해당 직원뿐만 아니라 공개된 증거목록에서 나타난 군사기밀 보관용 서버 설치·운용 등을 종합해 임원 개입 정황이 있다고 다양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발 배경에 대해서도 "최초 수사 당시 범죄행위를 수행한 직원이 지목한 중역에 더해 그 윗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상식적인 의혹 해소 차원에서 경찰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고소로 미뤄볼 때 HD현대중공업은 피의자들이 조사받을 당시 윗선으로 지목한 중역 등에 대한 자료가 모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수사에 협조해 의혹을 하루빨리 해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향후 입찰서 반복될 갈등…KDDX 일정에 관심
조선업계는 특수선 경쟁업체 간 유례없는 갈등 에 우려하고 있다.
이는 향후 특수선 입찰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큰데 대표적인 것이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 입찰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유출에 따른 유죄판결로 또다른 군함 건조사업인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입찰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방위사업청의 평가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며 방사청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10월 이러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 진행될 KDDX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업체 입찰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으로, 사업비만 총 7조8천억원이 투입된다.
KDDX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은 바 있다.
일반적으로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지만, KDDX는 기본설계 업체 선정 과정에서 기밀 유출 문제가 발생해 어느 기업이 사업을 수주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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