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승리하자…다극세계질서 형성 위해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
'9분 취임사'서 국민 '단결' 강조…새 임기 2030년까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다섯 번째 임기를 공식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한국시간 7일 오후 6시)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 홀 단상 위에 놓여진 헌법 사본에 오른손을 올리고 취임을 선서했다.
그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하고, 러시아 연방 헌법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국가의 주권과 독립·안보, 온전성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발레리 조르킨 러시아연방 헌법재판소장은 푸틴 대통령이 6년간의 새 임기로 공식 취임했다고 선포했다.
러시아 국가 연주 후 약 9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과 대립하는 상황을 짚으며 "러시아는 서방과 대화를 피하지 않는다"며 "선택은 그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군에 전술핵 훈련을 명령하며 서방 국가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은 "(서방과) 안보와 전략적 안정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직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는 대등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극 세계 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더 강해질 것이라며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특별군사작전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러시아 국민의 이익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단결된 위대한 국민이며 모든 장애를 극복할 것"이라며 "함께 승리하자"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취임 연설 후 크렘린궁 성벽 근처에서는 30발의 축포가 발사했다.
이날 취임식장에는 정부 인사, 상하원 의원, 외교관, 지역 수장, 종교 대표, 군인 등 각계 주요 인사 2천600여명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야외 광장으로 나와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대통령 근위대의 사열을 받았다. 이후 수태고지 성당으로 이동해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가 집전하는 감사 기도에 참석했다.
현지 방송들은 푸틴 대통령이 취임식장에 들어서기 전 크렘린궁 내 집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모습부터 취임식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 세단 '아우루스 세나트' 개량 버전을 타고 대궁전으로 이동했다.
낮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 정확히 안드레옙스키 홀에 들어선 푸틴 대통령은 박수받으며 레드카펫을 따라 취임 단상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91세 소아외과 의사 레오니트 로샬 등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악수하기도 했다.
취임식이 끝난 직후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이끄는 현 내각은 해산했다. 기존 장관 등 내각은 대행 자격으로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안으로 새 총리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15∼17일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28%로 승리하며 2000·2004·2012·2018년을 이어 5선에 성공했다. 이번 임기는 2030년까지 6년간이다.
푸틴 대통령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권한대행을 맡은 1999년 12월 31일부터 총리 시절(2008∼2012년)을 포함해 러시아의 실권을 유지하고 있어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린다.
그는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으며, 6선에 성공할 경우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해 사실상 종신집권에 나설 수도 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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