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케도니아서 대선결선·총선…민족주의 야당 승리 유력

입력 2024-05-08 06:06  

북마케도니아서 대선결선·총선…민족주의 야당 승리 유력
인접국 그리스·불가리아와 오랜 반목 재연 우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발칸반도 소국 북마케도니아에서 8일(현지시간) 대선 결선과 총선 투표가 동시에 진행된다.
2주 전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1·2위 후보끼리의 결선투표를 총선과 같은 날 치르게 됐다.
대선 1차 투표에선 민족주의 계열 제1야당인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의 고르다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 후보가 41.2%를 득표해 집권당 사회민주당(SDSM)의 스테보 펜다로브스키 현 대통령(20.5%)을 크게 앞섰다.
두 후보는 2019년 대선에서도 맞붙어 결선투표 끝에 펜다로브스키가 53.8% 대 46.2%로 승리한 바 있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대선 1차 투표의 결과를 바탕으로 야당 VMRO-DPMNE가 총선과 대선 결선투표에서 모두 승리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SDSM은 2017년 집권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개시, 부패와의 전쟁을 약속했지만 이중 이뤄진 것은 하나뿐이다.
북마케도니아는 인접국 그리스가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자국 고대 영토의 고유 지명이었다며 이를 빌미로 나토와 EU 가입을 막자 거센 반대 여론 속에 헌법까지 개정해 국호를 변경하면서 30번째 나토 회원국이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불가리아가 EU 가입을 막았다. 불가리아는 북마케도니아가 불가리아 소수민족을 헌법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SDSM은 불가리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개헌을 시도했으나 의회 120석 중 3분의 2 찬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EU 가입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EU 가입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자 야당이 고스란히 반사이익을 누렸다.
VMRO-DPMNE는 불가리아의 헌법 개정 요구는 굴욕적이라며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이 정당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리스와 국명 변경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족주의 성향의 VMRO-DPMNE가 집권하면 북마케도니아와 그리스·불가리아의 해묵은 민족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DSM은 이번 선거에 승리해야만 EU와 협상을 재개하고 불가리아를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미타르 코바체프스키 북마케도니아 총리는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가 EU로 나갈지 아니면 고립과 민족 갈등이 있었던 과거의 시간으로 향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북마케도니아에서는 대통령이 실권자는 아니지만 법안 거부권과 정부 구성 동의권 등의 권한이 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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