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유럽 각국이 내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간첩 사건이 잇따라 수면위로 드러나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일 연방검찰은 유럽의회 의원 보좌관의 중국 스파이 혐의와 관련해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막시밀리안 크라(47)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크라 의원의 보좌관 지안 궈(43)는 유럽의회 내부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넘기고 독일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한 혐의로 지난달 22일 체포됐다.
검찰은 보좌관 수사를 위해 유럽의회 승인을 받고 의원실을 압수수색했으며 크라 의원은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 상황에 따라 그도 피의자 신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보좌관의 간첩 혐의를 적발한 뒤 크라 의원이 러시아와 중국 측에서 뇌물을 받았는지 예비조사에 들어갔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다음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 1순위 후보로 출마한 크라 의원은 금품을 받고 러시아 선전매체에 우호적 인터뷰를 해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체코에 사무실을 둔 선전매체 '보이스 오브 유럽'이 친러시아 성향 정치인들을 유럽의회에 더 많이 진출시키려고 극우 성향 인사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은 벨기에 검찰도 수사 중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지난해 12월 뉴욕을 방문한 크라 의원을 한 차례 심문했다.
폴란드에서는 정부 각료들을 상대로 도청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안보당국은 이날 오전 카토비체의 각료회의실에서 도청장치를 탐지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국방장관은 이 장비가 언제 설치됐는지 말하기 어렵다며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폴란드는 또 러시아 맹방 벨라루스로 넘어가 망명을 요청한 토마시 슈미트 판사를 간첩으로 의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벨라루스와 슈미트 판사의 관계는 최근 몇 달이 아니라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벨라루스가 어느 정보기관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기밀정보에 접근했던 인물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국가안보부(ABW)는 이날 슈미트 판사의 기밀정보 권한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옛 법과정의당(PiS) 정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그는 전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국 정부를 비난하고 폴란드로 돌아가면 스파이로 몰려 체포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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