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악 상황' 규정하고 대비에 분주" 외신 보도 맞물려 주목
中 "마자오쉬 부부장·버마 부장관, 양국관계·공동 관심사 논의"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미·중국 간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하고 경제 분야에서 더 많은 갈등이 촉발될 것이라는 중국 저명학자 전망이 나왔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최근 열린 홍콩 포럼에서 "세계 2대 강국인 미·중 간 '팃 포 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맞대응) 방식 대응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될 경우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60%를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SCMP는 이같은 트럼프 공약은 전면적인 대중(對中) 경제 전쟁 우려를 촉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옌 원장은 이런 점에 주목하면서 "트럼프가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중국과 미국은 경제 분야에서 더 많은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중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용한 준비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와 맞물려 주목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자 기사에서 현재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중 누가 승리를 거머쥘지 알 수 없지만, 중국은 트럼프 재선을 '최악의 상황'으로 규정하고 그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옌 원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경쟁은 계속하겠지만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이해에 도달했다"면서도 "그런데도 그것이 양국 간의 경쟁이나 갈등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재닛 옐런 재무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리차드 버마 국무부 행정담당 부장관 등 미국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중국을 찾는 등 양국 간 고위급 교류는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워싱턴의 이른바 대중 '봉쇄 조치'는 모든 면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SCMP는 짚었다.
SCMP는 특히 옌 원장의 이같은 견해는 버마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옌 원장은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적 기술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미국과의 신냉전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면서도 '봉쇄조치'가 계속된다면 중국의 맞대응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중국이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팃 포 탯' 전략은 상호 모방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양국 간 갈등 수위는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옌 원장 전망이다.
그는 미국과 그 동맹국이 세계질서를 지배하고 있어 쉽지는 않겠지만,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지정학으로 유리한 환경 조성에 나서는 장기적인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등 유럽 3개국 방문과 관련해서는 "유럽은 미국 동맹으로 다른 동맹국들보다 세계에 더 큰 영향력이 있다"며 유럽과 관계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편, 버마 부장관의 방중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 6일 미국의 요청에 따라 베이징에서 버마 부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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