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동성부모' 도서 도서관서 퇴출…주정부 "차별금지 위반"

입력 2024-05-08 11:26  

호주서 '동성부모' 도서 도서관서 퇴출…주정부 "차별금지 위반"
컴벌랜드 카운티 의회 "지역민들, 보수적 가치관"…NSW 주정부 "정치권 검열 안돼"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 내 지역 의회가 도서관에서 동성 부모 관련 유아용 도서를 퇴출키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시드니 서부 컴벌랜드 카운티 의회는 최근 투표를 통해 지역 내 도서관에서 '동성 부모'라는 제목의 책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투표에는 시의원 6명이 퇴출안에 찬성했고, 5명이 반대했으며 4명은 불참했다.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두 명의 엄마 또는 두 명의 아빠를 둔 경험을 다룬 책으로 표지에 두 명의 남성과 어린아이가 등장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책은 2019년부터 지역 도서관에 소장돼 있었다.
책 퇴출에 앞장섰던 스티브 크리스토우 시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역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우리는 이런 종류의 책, 동성 부모 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컴벌랜드 지역 사회 주민들이 보수적인 가족 가치관과 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런 종류 도서가 도서관에 침투한다는 불만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순수하게 책을 읽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컴벌랜드 카운티 의회는 올해 초에도 여장 남성인 일명 '드래그 퀸'이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사를 관내 시설에서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런 결정에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는 차별금지법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도서관 기금 지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존 그레이엄 NSW주 예술부 장관은 "문명사회에서 책을 불태우거나 금지하는 것은 매우 나쁜 신호"라며 "어떤 책을 선택할지는 독자 선택에 달려 있으며 정치권에서 이를 선택하거나 검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주 의회는 2017년 12월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2018년 1월부터 이를 인정하고 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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