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오는 6월 스위스에서 개최될 예정인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서방국 정상이 참석하겠다는 뜻을 속속 알려오고 있다.
스위스 연방외무부는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알렉산더 스텁 핀란드 대통령,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 등이 이 회의에 오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도 전날 참석한다는 뜻을 알려왔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경우 지난 3일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에게 연락해 직접 참석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는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해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스위스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올해 초부터 준비해온 행사다.
스위스에서 회의를 열어 달라고 요청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참석도 확정돼 있다. 회의는 오는 6월 15∼16일 스위스 중부 루체른 인근의 휴양지 뷔르겐슈토크에서 개최된다.
분쟁 중재 경험이 많은 중립국 스위스는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법을 마련하려면 많은 국가가 이 회의에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다.
진척을 보이지 않는 평화 협상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중립국의 위상과 중재력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뜻을 스위스는 품고 있다.
문제는 분쟁 당사국인 러시아가 이미 불참 의사를 못 박았다는 점이다.
주스위스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달 "어떤 형식으로든 스위스가 주최할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스위스는 중립국으로 볼 수 없고 평화 회의를 주최할 자격도 없다고 러시아는 지적한다.
러시아의 불참 의사 표명은 우방인 중국 또한 쉽게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관측을 낳는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정상급 인사의 참석뿐 아니라 고위 관료의 참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중립적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의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국가의 참석 의향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지난주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대표단 160명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한 스위스 연방정부로선 서방국 정상들로부터 전해진 참가 연락이 고마운 소식이지만 '흥행'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러시아의 불참은 이 회의에서 획기적인 국제적 합의나 선언이 나오기 어렵다는 예상을 낳는다.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목표로 삼을 성과의 기대치부터 대폭 낮춰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스위스는 회의 참가국을 더 많이 늘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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