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국 대사급 회의서 잠정 합의…7월부터 전달 예상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8일(현지시간)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창출된 4조원대의 '횡재 수익'으로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했다.
EU 상반기 순환의장국인 벨기에는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EU (27개국) 대사들이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특별 수입(extraordinary revenues)과 관련한 조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돈은 러시아의 침공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군사적 방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사급 회의에서 타결된 잠정 합의안은 세부 검토를 거쳐 이르면 오는 15일 공식 확정될 전망이다.
EU는 7월부터 집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EU가 역내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2천100억 유로(약 305조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인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이날 합의가 실행되면 유로클리어가 동결자산을 추가 운용해 얻은 연 25억∼30억 유로(약 3조 6천억∼4조 4천억원)에 달하는 수익금 가운데 90%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용 EU 특별 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에 이전된다.
회원국들은 무기를 사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뒤 그 대금의 일부를 EPF를 통해 보전받게 된다.
수익금의 나머지 10%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투입된다.
이날 잠정 합의는 지난 3월 20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동결자산 운용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지 한 달 반 만에 이뤄졌다.
비교적 빠르게 타결된 편이지만 협의 과정이 수월했던 건 아니다.
일부 회원국은 유로클리어 소재지인 벨기에 조세 당국이 유로클리어에서 과도한 세수를 거둬들인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벨기에 당국의 과도한 법인세 부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될 수익금 규모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벨기에는 세수 대부분이 이미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수를 포기하라는 다른 회원국들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벨기에는 그러나 막판 협의 과정에서 내년도 세수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EU 또는 주요 7개국(G7) 공동 기금에 투입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아울러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몰타, 키프로스 등 군사지원을 하지 않는 중립 회원국에 대해서는 무기 대금 보전이 아닌 인도적 지원 대금 보전이 가능하도록 절충안도 잠정 합의안에 포함됐다.
이번 합의는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러시아 동결자산의 원금 전체를 몰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물색 중인 미국의 구상과는 별개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과 관련, "이상적으로는 미국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G7 전체가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EU는 법적 근거 미비 등을 이유로 동결자산 원금 자체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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