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봉쇄 탓 가자병원 연료 사흘치 남았다"(종합)

입력 2024-05-09 08:16   수정 2024-05-09 08:25

"이스라엘 봉쇄 탓 가자병원 연료 사흘치 남았다"(종합)
WHO, 구호통로 통제강화 따른 민간인 위기 경고
140만명 몰린 난민촌 라파에선 산부인과 운영 중단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국경검문소를 장악, 외부세계와의 연결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인도적 위기가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일(현지시간)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한 구호품 반입이 가로막히면서 현지 병원 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경 통제로 인해 유엔이 가자지구로 연료를 반입하지 못하고 있다. 연료가 없으면 모든 인도주의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남부의 병원에서 시설 운영에 필요한 연료는 사흘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미 라파에 있는 병원 3곳 중 하나인 알나자르 병원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료가 떨어지면 가자지구 남부 병원들의 의료 서비스는 곧 중단될 것"이라며 "라파에서의 군사 작전은 충분한 음식과 위생품, 의료 서비스 없이 열악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접근하려는 우리의 능력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라파의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했다.
이 검문소는 국제기구들이 마련한 구호품을 가자지구로 들여보내는 핵심 통로로, 이스라엘군이 이곳을 막아서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제공되던 구호품 보급로도 사실상 끊긴 상태다.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여명 가운데 140만명 정도가 밀집해 있다. 가자지구 남부로 의료 수요가 집중된 상황에서 병원 운영에 필수적인 연료 보급이 장기간 중단되면 사망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WHO는 우려한다.

이미 라파 지역에선 일부 의료 서비스가 중단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엔인구기금(UNFPA)은 라파의 주요 산부인과 병원인 알헬랄 알에미라티 병원이 더는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병원에는 출산실이 5개밖에 없지만 라파 외곽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무장대원들 간의 교전이 최근 격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 약 85명의 산모가 이곳에서 아기를 낳았다.
이는 가자지구 내 하루 평균 출생아수 180명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가자지구 최남단인 이 도시로 전쟁을 피해 피란한 주민이 100만명이 넘는 데다 시내의 다른 병원들은 밀려드는 부상자를 치료하느라 산부인과 진료를 중단한 데 따른 결과다.
로이터 통신은 "당장은 라파의 여성들이 분만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이에 라파의 임신부 일부는 국제의료단(IMC) 등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임시 의료시설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캐나다 의료구호단체 글리아 프로젝트와 함께 현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미국인 조산사 브리짓 로키오스는 이스라엘이 라파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6일 이후부터는 의료진이 전쟁터가 될 라파에서 다른 곳으로 가족을 옮기느라 조퇴하거나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보급품도 부족하다. 이 문제는 라파 국경 검문소 폐쇄로 인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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