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 유력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발칸반도 소국 북마케도니아에서 8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과 대선 결선에서 우파 야당이 개표 초반 집권 여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북마케도니아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23% 개표 기준 민족주의 계열 제1야당인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이 득표율 34%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집권당 사회민주당(SDSM)이 11.55%로 그 뒤를 힘겹게 뒤쫓고 있다.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고르다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 VMRO-DPMNE 후보가 62.74%의 득표율(개표 32.18% 기준)을 얻어 북마케도니아가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최초의 여성 국가원수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한 좌절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05년 EU 후보국 지위가 부여된 북마케도니아는 그간 그리스, 불가리아 등 기존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북마케도니아는 국가 명칭을 둘러싸고 이웃 나라 그리스와 갈등을 빚어오다 2018년 국호를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국호가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알렉산더 대왕에 대한 자부심이 큰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이웃 나라가 마케도니아를 국호로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국호 변경으로 그리스와의 갈등은 해결됐지만 이번에는 불가리아가 불가리아 소수민족을 헌법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집권 여당은 불가리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개헌을 시도했으나 의회 120석 중 3분의 2 찬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EU 가입 협상은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EU 가입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북마케도니아 국민들은 또다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자 야당에 표를 몰아줬다.
고질적인 부패와 더딘 경제 발전도 집권 여당에 대한 반감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VMRO-DPMNE는 불가리아의 헌법 개정 요구는 굴욕적이라며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이 정당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리스와 국명 변경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족주의 성향의 VMRO-DPMNE가 집권하면 북마케도니아와 그리스·불가리아의 해묵은 민족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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