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부, 日에 '라인 사태' 시한 연장 요구해야"

입력 2024-05-09 13:55  

시민단체 "정부, 日에 '라인 사태' 시한 연장 요구해야"
"헐값 매각·강제퇴출 선례될 것…日, 美 IT기업엔 관대"
손정의에도 "'강하게 대응하라' 발언 저의 뭔가"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시민단체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회는 9일 자본 관계 재설정을 포함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 사태'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오는 7월 1일인 대책 제출 시한을 연말이나 1년 뒤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당국의 압박에 따른 라인야후 지분 협상은 IT기업의 해외 자회사 헐값 매각과 강제 퇴출이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만큼 네이버가 중장기, 글로벌 전략에 맞춰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위정현 준비위원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를 묵과한다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심각한 위기의식 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 위원장은 "현재의 한국과 일본은 미·중 대립 관계와 전혀 다른,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 국가"라며 "어떻게 공산주의도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해외기업의 자산 매각 강요라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과 같은 이례적인 '초법적' 행정조치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중대한 위반행위"라며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와 소프트뱅크의 행태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력한 항의와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위원장은 "설사 지금 협상한다고 해도 일본 정부 강한 압박이라는 지극히 불리한 상태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목에 칼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협상하는 건 협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네이버는 일본 정부 압박이 아니라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행정지도 상 주요 요구에 따라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외교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맞다"고 당부했다.
이어 "일본의 행정 조치 취하에 시간이 걸린다면 답변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할 행동"이라며 "가능하면 연말이나 1년 후로 연장한 상태에서 네이버는 협상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총무성이 소프트뱅크의 라인 지분 강화를 요구한 것에 대해 "네이버를 지배구조에서 실질적으로 밀어내기 위한 마지막 수순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위 위원장은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야후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며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강하게 대응하라'는 발언의 진위와 저의를 묻고자 한다"며 "라인이라는 자회사가 네이버라는 최대주주이자 자신을 창업한 모회사에 주주관계 변경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지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미국 등 타국 IT 기업의 데이터 보관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유독 한국계 기업에만 엄격하다면 우방인 한국에 대한 중대한 차별행위일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이번 라인 정보 유출 사태도 철저하게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법에 입각해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해외기업에 대한 '지분매각 요구'라는 자의적인 행정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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