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사업에 신청액 545억원…2.7% 수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설사 보유 토지 매입 사업과 관련해 건설사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5∼26일 건설업계 보유 토지 매입 1차 접수 결과 신청건수는 6건, 신청 건수의 토지 기준가는 545억원으로 나타났다.
LH가 땅을 곧바로 매입하는 '매입' 방식 신청은 3건(90억원), LH가 신용을 보강해 건설사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 뒤 추후 상황이 여의찮아 건설사가 매수 청구를 하면 확약일 당시의 가격으로 매입해주는 '매입확약' 방식 신청은 3건(455억원)이었다.
LH는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에 따라 올해 최대 3조원 규모로 두차례에 걸쳐 건설업계 보유 토지 매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2조원 규모를 매입하기로 하고 이번에 1차 신청을 받았으나, 정작 신청액은 사업 규모의 2.7%에 그친 것이다.
정부의 관련 계획 발표 당시 대규모 미분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택 사업자나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물류센터 및 지식산업센터 부지 보유 업체의 관심이 예상됐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LH의 매입 조건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과 함께 업황 개선 및 정부의 추가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건설사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해석 등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결국 토지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특히 단순 시공만 하는 업체가 아니라 개발사업까지 한다면 이를 통한 수익이 크기 때문에 지금 힘들다고 토지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LH의 매입가는 선뜻 나설 정도의 메리트가 없다"며 "제값을 준다는 것도 아니고 기준가 이하로 사들인다는 얘기인데, 경영이 아주 어렵지 않고서는 나설만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추가 대책 발표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업들이 선제적인 저가 처분에 소극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LH가 비슷한 조건으로 사업을 했을 때는 신청 기업이 몰리며 매입 규모가 3조3천억원 수준이었다"며 "결국 지금은 그만큼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가 대책 발표도 있다고 하니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가 31개월 만에 월 4천건을 넘어서는 등 각종 부동산 지표가 개선세를 보이고, 과거와 달리 개발 부지의 채권관계나 대주단 구성 등이 복잡해진 것도 매입 사업 신청이 저조한 이유로 손꼽힌다.
LH는 1차 접수된 토지를 대상으로 서류 및 현장 조사를 거쳐 내달 매입 적격 토지를 선정해 계약할 예정이다.
또 업계 의견 수렴 및 정부 협의를 거쳐 2차 매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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