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조차…"가자지구 수도·위생시설 절반이 파손"

입력 2024-05-09 16:42  

마실 물조차…"가자지구 수도·위생시설 절반이 파손"
유엔 "8일 국경검문소 통해 들어간 구호물품 없다"
구호품 전달도 차질 우려…"가자 부두 인근에 박격포"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수도·위생시설의 절반이 파괴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후로 가자지구의 수도와 위생 시설 수백곳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전부터 깨끗한 물이 부족해 우물과 해수 담수화 작업 등을 통해 정수를 조달해온 가자지구의 전체 수도 시설 중 절반이 파괴된 것으로 추산된다.
BBC는 가자지구 내 603개 수도시설 중 53%가 작년 10월 7일 이후 손상됐거나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나머지 중 51개 수도시설은 시설에 전기를 공급하는 태양광 패널이 사라졌거나 일부 건물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도 시설 자체의 손상 여부는 파악할 수 없었다.
파괴되거나 손상된 수도 시설 대부분은 가자지구 북부나 남부 칸 유니스 인근에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내 폐수 처리장 6곳 중 4곳도 손상을 입거나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을 입지 않은 나머지 두 곳도 연료나 다른 물자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로 전해졌다.
수도와 위생 시설의 파괴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건강 상태에 큰 악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설사병과 A형 간염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피란민이 몰린 남부 라파에서는 콜레라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영국 국경없는의사회의 내털리 로버츠 박사는 수도·위생 시설의 파괴는 "인구의 건강에 재앙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수도 시설 관련 부품 등을 보관하는 보급 창고도 파괴됐다.
수도 시설 유지보수 부품 2천개를 넘게 보관하고 있던 서부 해안 알마와시 지역의 한 창고는 지난 1월 21일 미사일 공격으로 심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내 구호품 전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유엔은 8일 국경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간 구호 물품이 없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구호품이 국경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가지 못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인도주의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연료를 포함한 구호품의 반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도 같은 날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간 구호 트럭이 한 대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은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분리 장벽 근처에 있는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를 통한 구호 트럭 출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얀 에겔란 NRC 위원장은 "케렘 샬롬 검문소가 열린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트럭이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케렘 샬롬을 검문소를 넘어간 인도주의 물품 트럭 소식은 전혀 못 들었다"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가자지구로 구호품이 들어오는 부두의 하역장 건설 현장 근처에 박격포 세 발이 떨어졌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8일 박격포 세 발이 가자 부두의 하역장 예상지가 박격포 인근 지역이 박격포 공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한 인명 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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