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제지원 중심…미국·일본 등 거액 보조금 내걸고 자국산업 지원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한지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약속한 것과 관련해 반도체 업계는 환영하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거액의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정부가 세제 지원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직접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시간이 보조금이라는 생각으로 규제를 풀고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세액공제를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지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반기면서도 실질적인 보조금 지원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반도체 사업의 미래를 위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환영한다"며 "반도체의 발전, 미래를 위해 실행이 담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른 국가 사례를 보면 한국은 세제 지원도 적고 지원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라 보조금을 주는 게 맞다"며 "제반 시설, 용수, 전기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원이 절실한데,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는 현재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일본까지 대규모 보조금을 내걸고 반도체 생산 시설 유치에 나섰다.
미국은 국내외 반도체 선두기업의 생산 설비를 자국 내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5년간 390억달러와 연구개발비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를 지원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하겠다는 경제안보 전략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으로 인텔을 비롯한 자국 기업은 물론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동맹국 기업도 혜택을 받는다.
일본은 '반도체 생산 르네상스'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첫 성과물이 지난 2월 구마모토현의 TSMC 제1공장 개소다. 일본은 TSMC 제1공장 설비 투자액의 절반 가까운 최대 4천760억엔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지어질 제2공장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보조금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10조원을 넘는다.
다만 정부는 현실적인 이유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보다는 세제·금융지원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제조역량이 떨어지는 일부 선진국은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반도체에서 약한 부분이 생태계, 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부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못하는 이러한 부문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하고, 기업이 잘하는 부문은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직접적인 반도체 보조금보다는 첨단산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금 운용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안 장관은 "반도체 보조금은 계속 나오는 얘기인데, 보조금으로 주는 것은 국회에서도 쉽지 않고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반도체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첨단산업, 이차전지, 바이오, 디스플레이 등 전략산업을 키우는 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첨단산업 기금 형태로 만들려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rice@yna.co.kr, writ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