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방 "적의 최고 친구에게 말한다. 하마스 때릴 것"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군사작전 강행 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고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미 말했듯 만약 해야 한다면 우리는 손톱만 가지고도 싸울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에게는 손톱 이외에 많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정신의 힘과 신의 가호로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계정에 지난 4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추념일 연설 영상 가운데 일부를 게시했다.
1분 6초짜리 영상에는 그가 "오늘 또다시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결심한 적들과 맞서고 있다. 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그 어떤 압력이나 국제사회의 결정도 우리를 지키려는 이스라엘을 막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이 홀로 서도록 강요받는다면 홀로 설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 세계의 수 없이 많은 올바른 이가 우리의 대의를 지지한다. 우리는 집단학살을 저지른 적들을 물리칠 것"이라고 다짐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참여하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도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라파 작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전몰장병 추념일 행사에서 "나는 적들과 최고의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스라엘은 숨죽여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일어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하마스를 때리고 헤즈볼라를 붕괴시키며 안보를 확립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하고 홀로코스트 기념일에 썼던 '두 번 다시는'(Never Again)이라는 명령을 기억할 것"이라며 "이는 나에게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실행 계획이다. 국방 당국과 군은 이 원칙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언급하며 "그들(이스라엘)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써 왔던 무기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시 내각에 그들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진입하면 우리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말했다"며 "우리는 무기 선적을 보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연정은 이날 안보내각과 전시내각 회의를 잇따라 열고 미국의 무기공급 중단 경고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 하욤이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필요하다면 필사적으로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진심이었다"고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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