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두번째 방화로 잠정 폐쇄…이 극단주의 시위대 위협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의 동예루살렘 사무소가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방화로 일시 폐쇄됐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날 동예루살렘에 있는 UNRWA 사무소 주변에 불이 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주민들이 두차례 불을 질렀다. 이는 UNRWA와 유엔 직원들이 머무는 때 일어났다"며 "보안이 제대로 복구될 때까지 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방화가 일주일도 안된 사이에 두번째 벌어졌으며, "무장한 남성들이 포함된 무리가 본부 건물 밖에서 '유엔을 불태워라'라고 외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화재로 UNRWA 직원들이 직접 진화에 나섰고, 이스라엘 소방 당국이 도착해 불을 껐다. 부지 안에는 UNRWA 차량을 지원하기 위한 주유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NRWA는 1948년 5월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건국 선포로 촉발된 1차 중동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인 7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직원 중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방화로 인해 야외 구역이 광범위한 피해를 봤다"라며 "너무 충격적인 공격이다. 다시 한번 유엔 직원들의 생명이 큰 위험에 처했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이 UNRWA 본부 밖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발생했다"라며 "앞서 이번 주에 있었던 시위에서는 시위대가 유엔 직원들과 본부 건물에 돌을 던지는 등 폭력적으로 변했다"라고 설명했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지난 수개월간 유엔 직원들은 계속 괴롭힘과 협박에 시달려왔다"라며 "건물은 심각하게 파손됐고,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이 우리 직원들을 총으로 위협한 적도 있었다"라고 호소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번 공격에 대해 성명을 내고 "UNRWA를 청산하고 팔레스타인인 수백만 명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하려는 이스라엘의 조직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UNRWA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작년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UNRWA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미국 등 서방이 지원을 보류하면서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후 UNRWA가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스웨덴, 캐나다,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은 다시 지원에 나섰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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