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美차관 말레이·싱가포르 방문…이란행 자금 증가 등 우려 전달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국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 거래에 관여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말레이시아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10일 스트레이츠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전날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이란이 말레이시아 업체를 이용해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이란이 제재를 피해 석유를 판매할 목적으로 말레이시아 업체와 거래하고 있으며, 원산지를 속이기 위한 선박 간 심야 유류 환적 장면이 포착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또한 선박 위치추적 장치를 끄거나 선박명을 숨기는 경우가 있으며, 상품에 대한 중요 문서를 조작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는 최근 말레이시아 금융시스템을 통해 이란이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으로 흘러가는 자금이 증가했다고도 말했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를 고의로 취급하는 외국 정유소나 항구, 선박 등을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넬슨 차관은 이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이어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개별 국가 제재에는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이푸딘 나수티온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내무부 장관은 전날 넬슨 차관과의 회담 후 "우리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가하는 제재만 인정할 것임을 강조했다"며 "미국 측도 이를 존중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나 하마스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특정인이나 조직의 자금 세탁 가능성 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이해하며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자 전쟁 국면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했지만,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반대로 이란과 팔레스타인을 옹호해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렸고, '친이스라엘'로 분류되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 국적 선박의 자국 항구 정박도 금지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정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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