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장악하면서 연료를 포함한 구호품 반입이 나흘째 차단되자 유엔은 현지 구호활동이 불능 상태라며 반입 재개를 촉구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1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통해 "라파 국경검문소가 닫히면서 연료와 물이 가자지구로 못 들어갈 뿐 아니라 사람과 물품의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구호활동을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현지에 있는 우리 팀도 갇혀 있다"면서 라파로 들어오는 구호품 이송로를 막아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은 국경검문소 차단 후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성명에서 "연료 반입 중단으로 병원에서 전기를 쓰지 못하게 되면서 미숙아를 보호하는 생명유지 장치가 꺼졌고 물 반입이 안 되자 어린이와 가족은 탈수 증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또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어린이들은 위험한 물을 마시게 될 것이고 오·폐수가 넘쳐 질병은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FP는 "연료 보급이 안 이뤄지면서 가자지구 내 주요 창고로도 접근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현재 제빵소 한 곳만 겨우 운영되는데 이마저도 원료와 연료가 더 들어오지 않으면 운영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라파의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했다. 하마스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가자지구 주민의 생존 수단인 구호품 보급로도 함께 끊겨버렸다. 라파 국경검문소는 국제기구들이 마련한 구호품을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들여보내는 핵심 통로다.
유엔은 라파를 오가는 도로 상황도 구호품 반입을 재개하기에는 여건이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라파와 연결된 도로에는 철책이나 건물 잔해가 쌓여 있고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 구호품 이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다른 경로 발굴 등 대안을 찾고 있으며 연료 반입을 재개하기 위해 여러 관계자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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