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안, 美 CBS와 인터뷰…"스페인 송환되면 암살 표적될 것"
반북단체 '자유조선' 일원 전직 美해병대원…김한솔·조성길 탈출에도 관여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과거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해 북한 외교관의 탈출을 도우려 한 한국계 미국인이 북한의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미 해병대원이자 반(反) 북한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 민방위) 소속인 크리스토퍼 안(43) 씨는 12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내 목숨이 위험하다고 연방수사국(FBI)이 얘기했다. 나는 스페인으로 송환되면 북한 정부의 암살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씨 등 자유조선 회원 9명은 2019년 2월 마드리드의 북한 대사관에 침입, 직원들을 결박하고 폭행한 뒤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이동식 메모리 등을 탈취해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두 달 뒤 미국에서 체포된 그는 지난 2022년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 스페인으로 범죄인 인도 결정을 받았으나, 미 보안국을 상대로 인신 보호 청원을 제기했고 지금까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이며,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다.
안 씨는 "스페인은 자국 내 다른 나라 대사관이 안전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고, 미국 정부는 동맹과의 조약과 합의를 존중한다는 점을 확인시킬 필요가 있다"며 자신에 대한 스페인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구 등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씨는 인터뷰에서 북한 대사관 습격 목적도 설명했다. 북한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망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들의 북한 내 가족과 친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사관 침입과 납치 상황을 꾸며냈다는 것이다.
자유조선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의 주도로 대사관을 습격한 안 씨 등은 직원들을 결박한 뒤 한 방에 몰아넣었지만, 이후 스페인 경찰이 북한 대사관에 출동하는 바람에 결국 작전에 실패했다고 한다.
침입 초기에 대사관 직원 부인 한 명이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경찰에 신고한 탓이었다고 안 씨는 설명했다. 그는 "스페인 경찰이 대사관 정문 벨을 눌렀을 때 대사관 직원들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나에게 '그들(북한)이 알고 있다'며 겁에 질려 속삭였다"고 전했다.
안 씨는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작전과 2018년 조성길 전 주(駐)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잠적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북한은 스페인에서 일어난 일과 김한솔을 구출하는 데 내가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당혹스러워했다"며 "그렇다면 북한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FBI의 말을 믿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라고 강조했다.
안 씨의 변호인은 인터뷰에서 미 법무부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안씨를 대신해 개입하고, 어떠한 범죄인 인도도 막아내도록 하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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