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민간인 피해 외면하는 이스라엘 언론들…자국 피해에만 집중
유대인들 "가자 피해 사진 본 적 없어"…국제사회와 간극 심화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반년 넘게 전쟁이 이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 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이스라엘 국민들은 전혀 다른 전쟁 풍경을 접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로 대부분 외신이 연일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전해 왔으나 이스라엘 방송사들은 이러한 참상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러 언론인과 미디어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송사들의 전쟁 보도는 인질 협상과 이스라엘군 사상자, 전황 분석 등에 집중돼 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명 피해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히브리어로 뉴스를 접하는 많은 이스라엘 유대인은 TV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가자지구 참상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 달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유대인의 약 3분의 2가량은 가자지구의 전쟁 피해를 담은 이미지를 아예 보지 못했거나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미디어 비평지 '세븐스 아이'의 슈키 타우시그 편집장은 WSJ에 "현재 이스라엘 언론들은 시청자들이 적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사는 가자지구 참상 대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벌인 기습 공격 피해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CNN 방송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 10명이 사망했다는 의혹을 다룬 날, 이스라엘 공영 칸 11 방송은 그 대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한 남성의 여동생 인터뷰를 내보냈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인 인질 역시 국민들의 최우선 관심사 중 하나로, 이스라엘 저녁 뉴스 방송에서 인질들은 거의 매일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 방식은 최근 이스라엘인들이 아랍 국가들은 물론 미국 등 서방을 포함한 국제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느끼는 배경 중 하나라고 WSJ은 짚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은 지난해 하마스 공격으로부터 멀어져 가자지구 참상에 집중되고 있는 데 비해, 이스라엘인들에게는 아직 지난해 10월 7일의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있으며 그 이후 가자에서 벌어진 일들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 인질들이 처한 곤경과 지난해 하마스 공격의 잔혹성, 그 후 이스라엘 내에서 발생한 피난민 등 자국의 피해를 전 세계가 무시한다고 느낀다고 WSJ은 짚었다.
이스라엘 여론 전문가 달리아 셰인들린은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인질 석방 전에 장기 휴전이나 가자지구 재건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의 이러한 가자전쟁 보도 양상이 2005년 2차 팔레스타인 무장봉기(인티파다) 이후 20여년에 걸쳐 심화한 이스라엘 사회의 우경화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셰인들린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대인의 60%가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중도를 자칭하는 비율은 25%, 진보는 11∼14%에 그쳤다.
아얄라 파니예프스키 런던대 미디어 전공 선임 연구원은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진보 성향의 언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도 강화하면서 이스라엘 언론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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