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통령실이 13일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이른바 '라인 사태'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의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해외에서 불리한 처분이나 여건에 처하지 않고 자율적 의사결정을 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10일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대응 방향과 우리 기업 지원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복잡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어 입장 발표 타이밍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판단된다. 일본 측 경영진의 '네이버 지우기'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고, "기술 탈취" "기업 강탈"이라는 우리 국민의 반감도 커졌다. 야당은 "대일 굴종 외교"라고 가세한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행정지도에 '지분매각'이라는 직접적인 용어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네이버가 50% 출자하고 있는 자본 관계의 재검토'라는 표현은 외국 기업인 네이버의 라인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관점에서 접근한 게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해명에도, 겉으로 드러나기엔 민간 기업의 행보는 정부의 조치에 발을 맞추고 있다. 라인야후는 유일한 한국인을 이사회 멤버에서 제외하고 기술적 협력 관계인 네이버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탈(脫) 네이버' 전략을 공식화했다. 소프트뱅크도 네이버와 지분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이라고 확인했다. 물론 지분 협상이 행정지도 이후 시작됐는지 그 이전에 시작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우리 기업의 원천기술이 적용되고 13년간 키워온 글로벌 플랫폼을, 적대국도 아닌 우호국이 거저먹으려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IT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사활을 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 이 사안도 단순한 기업의 경영권 문제가 아닌 경제 안보 이슈로 보는 것이다. 정부가 지분 매각 문제로만 접근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일본 측이 유사한 사례에서 다른 국내외 기업에 취한 조치와 달리 우리 기업이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는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상대 국가 및 해당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국익이 침해되지 않고 기업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야당이 이 상황을 정치 쟁점화해 반일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점도 경계한다. 중장기적 비전이나 전략을 짜야 하고 노사 관계까지 얽힌 기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네이버는 며칠 전 낸 입장 자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지분 매각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은 따져 물어야 하겠지만, 국민 정서에 기대어 지나치게 기업 문제에 간섭하면 경영적 결단과 같은 활동에 지장을 줄 소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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