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에서 84년 만에 공산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정당이 다시 만들어졌다.
스위스 노동자와 학생 등 320명을 창립 발기인으로 삼은 혁명공산당(RKP)은 지난 10∼12일 베른주 부르크도르프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활동을 개시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정당에서 정치비서직을 맡았다는 데르수 헤리는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 제국주의적 전쟁,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겪는 새로운 세대는 공산주의의 귀환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창당 이유를 말했다.
RKP는 무산계급을 상징하는 망치와 낫 그림으로 된 엠블럼을 채택하고 내년까지 당원 규모를 발기인의 2배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은 스위스 대학가에서도 확산 중인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동참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RKP는 최근 스위스 대학 6곳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반대하는 시위에 당원들이 합류했다고 전했다.
RKP는 이 시위에 연대하며 당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뒤 오는 6월에는 국제적 공산주의 연대기구인 '혁명공산주의 인터내셔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확산할 것이며 이런 기류를 활용해 국제적 반전 운동에 가담함으로써 저변을 더 넓혀보겠다는 취지다.
스위스에선 1921년 공산당이 처음 창립됐다. 6천여명의 당원을 보유한 스위스 공산당은 1940년 사법부에서 해산 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공산당의 이념이나 노선이 아닌 정부를 폭력적으로 전복하는 활동을 지지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스위스 연방정부가 1945년 좌우를 막론하고 극단주의 노선을 지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공산당은 다시 설 자리가 생겼지만 실제 창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당해산 명령 후 옛 스위스 공산당원들은 사회민주당이나 노동당 등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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