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권자 확대 추진…'독립 지지' 원주민은 "소외된다" 반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지면서 주류 판매와 야간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고, 공항이 폐쇄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누벨칼레도니 주재 프랑스 고등판무관은 수도 누메아에서 이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무기 휴대와 주류 판매, 공공 집회도 금지했다.
누벨칼레도니 보안군은 누메아의 관문인 라 톤투타 국제공항을 폐쇄했다.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휴교령도 내려졌다.
이에 따라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무 장관의 현지 방문도 취소됐다.
고등판무관실은 성명을 통해 "누메아와 인근 지방에서 매우 격렬한 공공질서 교란 행위가 발생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사람과 재산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이러한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보안군을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누메아를 비롯해 누벨칼레도니 전역에서 전날 밤부터 복면이나 두건을 쓴 이들이 거리를 점령한 채 상점에 불을 지르고 약탈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36명이 체포되고 경찰 30명이 다쳤다.
이처럼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진 것은 프랑스 국회에서 누벨칼레도니의 유권자 확대를 추진해서다.
누벨칼레도니는 1853년 프랑스 식민지로 병합됐다.
프랑스는 1988년 마티뇽 협정과 1998년 누메아 협정을 통해 누벨칼레도니에 상당 부분 자치권을 이양했지만, 국방, 외교, 교육 분야 등에서는 프랑스 통제를 받는다.
또 누메아 협정에 따라 1998년 이후 유권자 명부를 갱신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본토나 다른 곳에서 이주한 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조치로 누벨칼레도니에 거주하는 성인 20%가 투표에서 배제되자 프랑스 정부와 국회는 유권자 확대에 나서기로 했고, 이를 반대하는 원주민 카나크족을 중심으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카나크족은 누벨칼레도니 전체 인구 28만 명 중 약 40%를 차지하며, 대부분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한다. 이들 입장에서는 유권자 확대가 친프랑스 정치인들에게 유리하고 자신들을 소외시킬 것이라 우려하는 상황이다.
누벨칼레도니는 누메아 협정에 따라 2018년과 2020년, 2022년 3차례에 걸쳐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했지만 3차례 모두 독립 반대 결과가 나왔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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