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성 대표성 강화 등 차별철폐 노력 지속"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세계 각국의 여성 인권과 권익 수준을 따지고 개선점을 살피는 유엔 심의 현장에서 우리나라가 검증대에 올랐다.
차별금지법 입법, 위안부 피해자 문제,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다방면의 인권 현안이 심의 대상이 됐다. 한국 정부는 양성평등 분야의 정책적 성과를 소개하며 여성인권 개선 활동이 지속된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14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한국 여성 인권에 관한 심의를 진행했다. 한국 측에선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여성 관련 정책을 다루는 유관 부처가 대표단을 꾸렸다.
대표단을 이끄는 김기남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은 "사회 각 부문에서 여성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정책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양성에 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한층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또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과 대응도 강화했다"며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며 이번 심의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심의위원은 한국 정부의 정책 개선이 미진하다고 보는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들며 답변을 요구했다.
랑기타 드 실바 위원은 차별금지법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서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철회할 뜻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는 비동의간음죄 입법에 대한 정부 의견을 요구했고,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낙태에 대한 안전한 접근 등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니콜 아멜린 위원과 에고바미엔 음셀리아 위원은 군과 민간 영역에서도 여성의 고위직 참여와 대표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개선책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배상 문제에 정부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주문과 2022년 대법원이 정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대책을 설명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 대표단은 차별금지법의 적용 범위와 구제 조치를 두고 발의된 법안 간 차이가 있고 건설적 토론을 거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여가부 조직개편에 대해선 양성평등 정책의 축소가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비동의 간음죄는 도입에 앞서 성폭력 범죄 체계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고, 낙태죄에 대해선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의 보완 입법 과정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경우, 2015년 한일 합의에 따라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기지촌 성매매 피해자를 위해서는 자활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생활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 확대 방안에 대해서 "여성 진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정치 분야에서 '비례대표 의원 후보 50% 이상 추천' 등의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민간 부문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일정 규모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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