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스키, '성 학대 피해' 주장 배우에 "거짓말쟁이"
법원 "사실 아닌 가치 판단"…고소 여배우 "여성들에게 슬픈 날"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영국 여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받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90)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FP, AP 통신에 따르면 파리지방법원은 14일(현지시간) 폴란스키 감독이 여배우 샬럿 루이스(56)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루이스는 폴란스키 감독의 1986년 작 '대해적'에 출연한 배우다.
그는 2010년 칸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16세 때인 1983년 파리에서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폴란스키 감독은 2019년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와 인터뷰에서 루이스를 '거짓말쟁이', '이야기꾼'으로 지칭하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루이스는 폴란스키 감독의 인터뷰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법원은 그러나 폴란스키 감독의 이런 발언은 루이스의 명예와 평판을 훼손할만한 '사실'이라기 보다 '가치 판단'에 해당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루이스가 2010년 전까지만 해도 공개적으로 그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가 이후 폴란스키 감독에 대해 폭로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이날 판결은 명예훼손 여부만 다룬 것이라 실제 폴란스키 감독이 1983년 루이스를 성적으로 학대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판결 결과에 루이스는 "오늘은 가해자를 신고한 여성들에게 매우 슬픈 날"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의 변호사도 항소할 뜻을 밝혔다.
폴란스키 감독의 변호사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법원의 판단으로 루이스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폴란스키 감독은 '차이나타운'(1974), '올리버 트위스트'(1985)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올랐지만 성범죄로 추락했다.
1977년 미국 LA에서 모델인 13살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그는 미국 검찰에 유죄를 인정했으나 감형 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판 중 해외로 도피했다.
이후 수배중인 미국 땅에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유럽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는 2002년 영화 '피아니스트'로 미국 아카데미상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체포될 것을 우려해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미투' 운동 바람이 거세던 2018년 각종 성범죄 의혹이 불거진 폴란스키의 회원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그는 스위스에서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여러 건의 성폭행 의혹을 받았으나 법정에는 단 한 번도 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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