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2천400℃ 차가운 별 주위를 17시간에 한 바퀴씩 공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에서 55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온도 2천430℃ 이하의 초저온 적색왜성(ultra-cool red dwarf)을 17시간에 한 바퀴씩 공전하고 있는 지구 크기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벨기에 리에주대학 미카엘 지용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 '초저온 항성을 가리는 행성 탐색(SPECULOOS)' 프로젝트는 16일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목성 크기의 초저온 적색왜성 스페쿨루스-3(SPECULOOS-3) 주변에서 외계행성 '스페쿨루스-3b'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스페쿨루스-3는 크기는 목성보다 약간 크지만 질량은 태양의 10배 이하, 표면온도는 태양(약 5천500℃)의 절반도 안되는 2천430℃ 이하이며 밝기는 태양의 100분의 1밖에 안된다. 작고 차갑지만 그만큼 핵융합이 느리게 일어나 수명은 약 1천억년으로 태양보다 100배 이상 길다.
초저온 왜성은 우리은하에 있는 별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흔한 별로 주변에 생명체 생존이 가능한 외계행성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작고 어두워 주위에 있는 행성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스페쿨루스-3b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로 중심별을 약 17시간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 특히 공전과 자전 시간이 같아 한쪽 면이 계속 중심별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낮과 밤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초저온 적색왜성 주변에서 지구급 행성이 발견된 것은 2017년 44광년 밖의 트라피스트-1(TRAPPIST-1) 주위에서 지구 크기 행성 7개로 구성된 행성계가 발견된 데 이어 두 번째다. 트라피스트-1 행성계 중 일부는 생명체 생존 가능 영역에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스페쿨루스-3b 발견은 전 세계에 구축된 로봇 망원경 네트워크를 이용해 초저온 왜성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을 찾는 'SPECULOOS'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지용 박사는 "'SPECULOOS'는 지구에서 가까운 초저온 왜성 주위의 암석형 행성 탐색에 적합하게 설계됐다"며 "하지만 초저온 왜성이 매우 어두워 그 앞을 지나는 행성을 찾으려면 몇 주간의 관측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스페쿨루스-3b 발견은 'SPECULOOS' 네트워크의 외계행성 탐색 성능을 입증하는 것이고 이 행성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최적의 관측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영국 버밍엄대 아모리 트리오드 교수는 "이 연구는 'SPECULOOS'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고 있고 질량이 매우 작은 별을 공전하는 더 많은 암석형 외계행성을 발견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스페쿨루스-3b는 항성 및 행성 특성으로 볼 때 JWST 관측에 가장 적합한 표적이 될 수 있다며 JWST를 이용한 후속 관측을 통해 행성 표면을 구성하는 암석 정보와 함께 대기 존재 가능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출처 : Nature Astronomy, Michael Gillon et al., 'Detection of an Earth-sized exoplanet orbiting the nearby ultracool dwarf star SPECULOOS-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4-02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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