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2주년 기자단 차담회…"갑을관계 규율은 자율 규제로"
"지난 정부보다 과징금 늘어…가맹사업법 개정안, 부작용 우려"
담합·소비자 피해 엄정 대응 강조…"변화 체감되도록 민생 챙길 것"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플랫폼 독과점 문제는 법제화를 통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단 차담회에서 "플랫폼 특성상 독과점이 고착되면 승자 독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경쟁 회복도 매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이해관계자 및 학계 의견을 듣고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며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며 "국회에도 법안의 필요성과 내용을 잘 설명해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플랫폼법은 소수 독과점 플랫폼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 반칙행위를 규율하고, 자유로운 시장 진입이 가능한 경쟁적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당초 소수의 독점적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지정 하는 내용을 담아 올해 정부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업계 반발에 부딪혀 현재는 '사전지정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한 위원장은 "학회 심포지엄을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내부적으로 여러 대안을 고심 중"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나 추진 계획이 정해지면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수수료 등 갑을관계 문제는 법제화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서는 자율 규제를 통한 규율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간 시장 반칙행위 엄단과 경제적 약자 거래기반 강화, 소비자 권익 제고, 국민 불편 및 기업 부담 해소를 위한 규제 개선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정책·조사 분리 조직개편 이후 사건 처리 건수가 14.6% 증가했으며, 처리 기간도 약 22% 단축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히 과징금 부과액의 경우 지난 정부 초기 2년 5천753억원에서 이번 정부 9천292억원으로 60%가량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분쟁조정 성립률 또한 지난해 79%로 높게 나타났으며, 조정 금액 또한 1천229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고 부연했다.
향후 추진해야 할 주요 업무로는 플랫폼법의 신속한 제정과 더불어 국민 생활 밀접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꼽았다.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상반기 중 마무리하고, 쿠팡의 'PB 자사 우대 의혹'과 카카오[035720] 모빌리티의 '콜 차단 의혹' 등 사건도 신속히 심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및 e커머스 시장의 경쟁·소비자 이슈를 선제적으로 발굴·분석한 정책보고서도 오는 12월 발간하겠다고 부연했다.
공정위는 민생 안정을 위해 의식주, 금융, 통신, 중간재 등 생활 밀접 분야에 대한 담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독과점 시장 구조 및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가맹점주 부담 완화를 위해 가맹본부 갑질 엄단 및 필수품목 제도 개선을 지속하고,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상생협력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가맹점주에게 사실상 단결권과 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것과 관련해서는 "협의 의무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필수품목 협의제도를 우선 시행하고, 범위와 적용 대상을 점차 넓혀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 관련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허위광고 및 개인정보 위반 관련 위법 여부를 조사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형 정보 거짓 고지, 온라인 쇼핑몰 멤버십의 중도해지 방해 등 사건에 대한 조사도 속도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생 관련 업종에서 기업집단 간 부당 내부거래를 중점 점검하고, 자금 보충 약정 및 총수익스와프(TRS) 등 금융상품을 통한 내부거래 조사도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차담회에는 육성권 사무처장을 비롯한 공정위 간부 전원과 기자단 50여명이 참석해 사실상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됐다.
공정위는 향후에도 차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성과를 홍보하고,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정부는 시급한 민생 정책에 힘을 쏟으며 사회 개혁에 매진했으나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실질적인 변화가 체감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민생을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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