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관할하는 주무부처 수장, 3년 새 12번째 교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페루에서 대통령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은 내무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나라 치안과 내부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 수장인 내무장관이 교체되는 건 지난 3년 새 이번이 12번째다.
16일(현지시간) RPP뉴스와 엘코메르시오 등 페루 언론에 따르면 왈테르 오르티스 내무장관이 이날 사임했다.
지난 1일 장관에 취임한 지 45일 만이다.
페루 경찰청 조직범죄국장 출신인 그는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오빠인 니카노르 볼루아르테와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마테오 카스테냐다 변호사에 대한 경찰 수사팀 인력을 일부 철수시킨 인물이다.
현재 페루 검찰청의 권력형 반부패 특별수사팀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지명 및 특정 정당 창당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니카노르 볼루아르테를 비롯한 22명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특별팀을 꾸려 검찰과 함께 수사하던 경찰관들이 최근 원대 복귀했다.
오르티스 전 장관은 이와 관련, 최근 한 행사에서 "(경찰) 수사팀 해체 결정과 관련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RPP뉴스는 보도했다.
즉각 반발한 검찰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 방해 의혹을 스스로 키운다"며,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오르티스 전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예비 수사 착수 사실을 발표했다.
페루에서 내무부는 경찰과 이민청을 비롯해 대테러방지팀, 국경 감시부서 등 치안 관련 기관을 관할하는 부처다.
엘코메르시오는 지난 10년간 27명의 내무장관이 교체됐고, 이들의 평균 임기는 5개월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2021년 7월부터 최근 3년 동안에는 12명이나 바뀌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고 이 매체는 꼬집었다.
한편,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정권을 잡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취득 경위를 알 수 없는 고가의 롤렉스 시계와 귀금속 등을 보유한 혐의로 전날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취임 초기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40여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량 학살(제노사이드)과 살인 등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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