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위성사진 분석…"9일부터 건물 철거"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도 이스라엘 공격 가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겨냥한 대규모 공세를 예고한 이스라엘군이 도시 동부에서 중심부 쪽으로 건물을 무너뜨리며 진입로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업위성 업체 플래닛랩스가 전날 촬영한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일 이후 라파 동부 지역에서 건물들이 잇따라 철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관문인 라파 국경검문소에서 북쪽으로 약 1.6㎞ 떨어진 지점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블록이 완전히 평탄화된 상황이라고 CNN은 전했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장악한 도심지에 지상군을 진입시키기에 앞서 전쟁용으로 개조한 장갑 불도저 등으로 건물을 무너뜨려 진입로를 만드는 수순을 밟아왔다.
지뢰나 부비트랩을 제거하는 동시에 하마스 무장대원이 매복할 공간을 없애 시가전으로 발생할 피해를 줄이는 전술로 해석된다. 현재 진행 중인 건물 철거도 지상군 투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1일 라파 동부 지역에 추가로 소개령을 내리고 주민들에게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된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 마을 일대로 피란하라고 명령했다.
CNN은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달 6일 이후 현재까지 최소 60만명이 라파를 떠났다면서 플래닛랩스가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라파 내 거리 곳곳을 가득 메웠던 피란민 텐트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28만명이 사는 소도시였던 라파는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선언하면서 한때 10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유입됐다.
이집트를 통해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들어오는 관문이라는 점도 피란민들이 라파로 모여드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잔존세력이 라파로 숨어들었다며 이 도시를 '하마스의 마지막 보루'로 지목,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런 가운데 하마스는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땅굴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가지지구 북부와 중부 곳곳에서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스라엘 북부에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산발적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인근 홍해에선 예멘 후티 반군이 하마스와 연대한다는 명분으로 주변 해역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해왔다. 최근에는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들도 가세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들은 지난달에는 19차례, 이달 들어서는 최소 28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자폭 드론(무인기) 등으로 이스라엘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해 초 요르단 주둔 미군기지를 자폭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3명을 숨지게 했다가 미국의 대대적 보복에 직면한 이후 이스라엘로 공격 대상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공식적으로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 시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달 9일 친이란 민병대가 사용하던 시리아 내 시설을 폭격하는 등 보복을 가했다고 NYT는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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