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취임사서 '온건·자신감·책임·단결' 강조하면 현상 유지 초점"
1당 지위 상실에 입법 장악력 약화도 '난제'…여야 난투극 재현 가능성
(타이베이·베이징=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정성조 특파원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오는 20일 제16대 대만 총통으로 정식 취임, 4년 임기를 시작한다.
라이 당선인이 '친미·독립' 성향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인 만큼, 앞으로 중국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국제사회 관심사다.
중국은 과거 민진당의 천수이볜·차이잉원 정권 출범 당시 일정하게 시간을 두고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라이칭더 당선인에 대해서는 선거 이후에도 '분열 세력'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라이 당선인이 취임사에서 양안 정책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표명하느냐가 앞으로 향후 4년 동안 양안 관계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19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라이 당선인은 취임사 키워드로 '온건·자신감·책임·단결' 등 네 가지를 선택하고, 차이잉원 정부의 '민주·평화·번영' 노선에 대한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만 차기 정부 관계자는 특히 '온건'에 대해 차이잉원 현 총통 정부의 기반을 이어가 대만이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라이칭더는 대만 국방을 더욱 현대화하면서 자체 군용기·함선 계획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충돌이 영원히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명보와 대만 연합보 등 중화권 매체도 지난주 취임식을 앞두고 라이 당선인이 사실상 '현상 유지'에 가까운 선택을 취임사에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한 바 있다.
앞서 라이 당선인은 작년 7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서도 대만의 국방·경제·민주주의 강화와 현상 유지라는 4가지 기둥론(四支柱)을 밝혔다.
대만 전문가들도 라이 당선인이 '대만 독립'의 아이콘으로 여겨져 왔으나 국내 여론과 불리한 정치 지형 때문에 독립을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장영희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월 아산정책연구원 보고서에서 대만인 59.5%가 '현상유지'를, 74.4%가 '양안간 교류 확대'를 원한다고 응답한 작년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현재 상태가 이미 독립에 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라이칭더 정부는) 국내 민생 현안에 집중하고 (제2야당인) 민중당과 협력을 모색하면서 차이잉원 정부와 같이 '탈중국화 움직임을 지속,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 당선인 앞에는 양안 관계 외에도 녹록지 않은 대내적 정치 상황도 놓여 있다.
올해 1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입법원(의회) 선거에서 민진당이 51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제1야당 국민당(52석)에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8석의 제2야당 민중당이 과반 캐스팅보트를 쥐었고, 국민당과 사사건건 맞선 민진당은 이제 자력으로 입법원을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지난 2월 개원한 대만 입법원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미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민당은 지난 17일 민중당과 공조해 입법원·입법위원(국회의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5대 국회 개혁' 법안 강행 처리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이를 막는 민진당 의원들과 거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정치적 견해차가 큰 연금 개혁 문제와 에너지 정책 등 주요 현안을 놓고서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유사한 장면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