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中방문 이후 귀국하자 관측 분분…러측 방북 재확인
11월 美대선과 中입장 고려해 시의성 있는 시기 선택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한 방문을 위한 준비가 제 속도대로 진행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집권 5기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은 방중 일정을 끝내고 북한을 깜짝 방문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는 달리 17일 곧장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찾지 않은 것을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눈치를 봤다'거나 '북한이 내밀 청구서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외교가의 논란이 이는 가운데 크램린궁이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북한 방문을 위한 외교적 절차가 '제 속도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푸틴 대통령이 응할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작년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사의를 표하고 수락했다.
지난 1월21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공식방문(15-17일) 결과와 관련한 발표를 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북한을 방문할'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외무성의 발표에서 중요한 내용이 나왔다. "양국 사이의 친선 협조 관계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세계건설을 추동하는 데서 강력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되고 있다는 데 인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또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세우고 전방위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 문제 토의에서 일치 공감과 만족한 합의를 이룩했다"라고도 했다.
'새로운 법률적 기초'라는 표현을 볼 때 북·러 양자 조약 개정 문제가 협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국은 1961년 '조·소(북·소련)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고, 2000년에는 새로운 국제환경을 반영한 '북·러 우호친선 및 협력조약(북·러 신조약)'을 맺었다.
푸틴 대통령은 첫 임기를 시작한 2000년 7월에 방북했다. 따라서 24년 만에 방북할 경우 양국의 군사분야를 포함해 협력 수위를 높이는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사태에 직면한 러시아 측에 막대한 양의 무기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북한의 무기 지원에 호응해 핵 프로그램 관련 지원이나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 보호'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양국이 설정한 전략적 목표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가급적 그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양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태도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핵심 동맹인 러시아와 북한과 함께 미국 중심의 서방 질서에 대항하는 '3각 동맹'을 과시할 시의성있는 시기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으로 기록되는 시기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시기를 전후해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찾을 가능성이 외교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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