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글로벌 불장'에서 소외된 한국 증시, 왜?

입력 2024-05-20 16:58  

[마켓톺] '글로벌 불장'에서 소외된 한국 증시, 왜?
美 S&P500·나스닥 올들어 11% 상승…日 닛케이 17%, 홍콩 항셍 15% 올라
박스권 갇힌 코스피 3% 상승에 그쳐…코스닥은 2%대 하락
공매도 금지·금투세 폐지 등 부양책 헛바퀴…"하반기 본격 반등" 낙관론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최근 금리인하와 경기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글로벌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으나, 유독 한국 증시만 소외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 당국이 내놓은 증시 부양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점이 우선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도입 등으로 증시 부양에 나섰지만, 최근 들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대책이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52포인트(0.64%) 오른 2,742.14로 장을 마감했다.
연초 이후 5개월 가까이 3.27%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2021년 6월 찍었던 사상 최고가(3,316.08) 경신은 고사하고 지난 3월 말 기록한 연고점(2,779.40)도 뚫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힌 양상이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7.98포인트(0.93%) 내린 847.08로 거래를 마쳐 연초 대비 2.25% 하락했다.
반면 지난주 말(17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4만선을 돌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15일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무려 24차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는 연초 대비 6.14% 올랐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1.18%와 11.16% 뛰었다.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미국 못지않게 뜨겁다.
유럽 대표종목을 모아놓은 유로스톡스50지수는 올해 들어 11.96% 올랐으며, 프랑스 CAC40는 8.40%, 영국 FTSE100지수는 9.09%, 독일 DAX지수는 11.90% 상승하며 최근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올해만 16.75% 상승하며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연초 부진했던 중국 증시도 경기 회복 기대감과 정부의 부양 의지가 맞물리면서 반등에 성공해 홍콩 항셍지수는 연초 대비 15% 올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가를 추종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주가지수(ACWI 지수)까지 지난 17일 최고 기록으로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선 계속되는 국내 증시 소외 현상과 동력을 잃어가는 정부의 부양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미국 방문 중 기자 간담회에서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기술적·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발언이 단정적으로 공매도의 6월 재개를 추진하는 발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전 불법 공매도를 근절할 개선책을 내놓기까지는 공매도를 금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지난해 말 논란 속에 단행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성과 없이 되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달 총선은 정부·여당이 증시 부양책으로 추진해온 금투세 폐지의 실현 가능성을 떨어뜨렸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5천만원 이상 양도소득을 올린 투자자에 과세하는 세금으로, 내년 도입을 앞두고 정부여당은 여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야당은 이를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취임 2년차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도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예정대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의회 구도상 실행이 불투명하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는 어려워졌으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은 강화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도 '자율'에 방점이 찍혀 있어 당장의 증시 부양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정부가 2차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증권업계에선 "세제 혜택이 빠져 아쉽다", "당근이나 채찍 없는 말뿐인 대책"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밸류업 최대 수혜주인 금융주들이 정부 발표 당일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장의 실망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다만 정부 정책 의지가 확고하고 추후 세제 혜택이 결정될 예정인 만큼 중장기적 기대는 유효하다는 반응 정도가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책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장기 관점에서 지속 추진될 전망"이라며 "밸류업 관련주의 하반기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하반기는 국내 증시도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믿는 구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제로 하반기 코스피 고점을 3,100선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동결 시에는 고점이 2,950선에 머물고, 경기침체 방어용 인하 시에는 20% 이상 급락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노동길 연구원은 3분기 실적 개선과 제조업 재고순환 사이클, AI(인공지능) 투자 확대, 중국 경기 불확실성 해소 등이 우호적 요인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코스피가 최대 3,00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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