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동포 추모식 참석차 러시아 가던 중 사고
함마르셸드 유엔 사무총장, 중국 린뱌오 등도 추락 사망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서혜림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헬기나 항공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전 사례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국가 최고위 지도자가 항공 사고로 숨진 최근 사례로는 2010년 4월 10일 러시아 방문길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옛 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인 2만2천명을 처형한 '카틴 숲 학살 사건' 7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특별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비행기가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추락하면서 탑승객 95명과 함께 숨졌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반러 성향 때문에 러시아 정부의 초대를 받지 못하자 독자적으로 추모행사 참석을 강행하다 참변을 당했다.
이에 가뜩이나 긴장 관계에 있던 양국은 사고 원인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조종사들의 경험 부족 등이 추락 원인이라며 폴란드 측의 잘못을 거론했고, 카친스키가 이끈 법과 정의당은 러시아와 자국 내 반대파의 음모로 추락했다는 주장을 폈다.
폴란드 정부는 사건 발생 8년 후 기체 내부 폭발이 사고원인이었다고 발표했다.
1961년 9월 18일에는 다그 함마르셸드 2대 유엔 사무총장이 여객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함마르셸드는 콩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잠비아 지역인 로디지아 북부를 방문하려다 타고 있던 DC-6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목숨을 잃었다.
조사 결과 비행기가 사고를 내도록 조작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지나치게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 것이 추락 원인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함마르셸드가 암살됐다는 주장 등 사고를 둘러싼 다양한 음모론이 제기됐다.
1971년에는 중국의 린뱌오(林彪) 당시 부주석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추락 2개월 뒤에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린뱌오와 부인, 아들, 수행원 6명 등 모두 9명을 태우고 가던 트라이던트1E가 1971년 9월13일 새벽 2시25분 몽골 고비사막 근처에 추락했다.
린뱌오는 마오쩌둥의 대약진정책과 문화대혁명을 지지하고 개인숭배를 주도하면서 중국 공산당 내 이인자이자 후계자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마오쩌둥의 견제로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실각했다.
중국의 공식 설명은 그가 마오쩌둥 암살 계획을 세웠다 실패한 뒤 망명 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이지만, 비행 중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가 어떻게 사망한 것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 발생한 국가 지도자의 추락 사고 사례로는 2005년 남수단 초대 대통령인 존 가랑의 죽음이 있다.
가랑은 수단 내전 중 대표적 반군 단체 수단해방운동(SPLM)의 지도자로, 정부와 반군의 평화 협정 타결 뒤 2005년 수립된 남수단 자치정부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해 7월 30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만난 뒤 돌아오던 중 타고 있던 헬기의 추락으로 사망했다.
당시 사고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돌았으나 당국은 남수단 산악 지역의 악천후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1988년 8월 17일 무함마드 지아울하크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바하왈프르 지역에서 추락하면서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비행기에는 주파키스탄 미국 대사와 미군 고위 관계자, 파키스탄 군 관계자 등 주요 인사들이 동승한 탓에 사고 뒤 비행기 추락을 둘러싼 음모론이 제기됐다.
이밖에 모잠비크 독립투쟁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사모라 마셸은 1986년 10월 19일 잠비아를 방문하던 중 남아공 영공에서 추락사했고, 파나마의 독재자 오마르 토리호스는 1981년 7월 31일 타고 있던 공군기가 추락하면서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역사적으로 많은 정치·군 지도자들이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며 대부분은 이들이 탄 헬기나 비행기의 오작동이나 조종사의 오류·악천후 등에 따른 사고였지만 일각에서는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음모론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