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사망 사고를 두고 유럽연합(EU) 내부에서 시선이 엇갈렸다.
논란은 19일(현지시간) 야네스 레나르치치 EU 인도지원·위기관리 집행위원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 비롯됐다.
레나르치치 집행위원은 당시 이란의 요청에 따라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가 실종된 지역의 위성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코페르니쿠스 위기대응시스템'(CEMS)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게시물에 'EU 연대'(EU Solidarity)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는데, 이 표현을 두고 일부 유럽의회 의원의 비판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국적의 롭 루스 의원은 '연대'라는 표현이 "억압받는 이란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 국적의 찰리 베이메르스 유럽의회 의원도 레나르치치 집행위원의 글을 공유하며 "부끄러운 일"이라며 "유럽 납세자의 돈이 (이란) 테헤란의 테러정권을 돕는 데 쓰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EU 집행위 관계자 역시 "위성 자료 제공 등이 인도적 지원에 관한 EU 지침이긴 하지만 연대라는 표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논란이 일자 레나르치치 집행위원은 다음 날인 20일 엑스에 "CEMS 위성 자료 제공은 특정 정권이나 기구에 대한 정치적 지지 행위가 아니다"라며 "그저 가장 기본적인 인류애 표명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라이시 대통령 사망에 대한 조의 표명을 두고서도 EU 지도부의 온도차가 미묘하게 감지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사망 확인 당일 오후 엑스를 통해 "EU는 헬기 사고로 라이시 대통령과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을 비롯한 대표단과 승무원들이 사망한 데 대해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성명을 통해 조의를 표했으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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