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공식성명에 일각 부적절 비판…"안보저해행위 책임은 계속 물을 것"
국방장관 "지역안보에 큰 영향 있다고 안 봐…미군태세 변화없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에 대해 국무부 차원의 성명을 내고 공식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이란에서 정치범 숙청을 주도하면서 '테헤란의 도살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라이시 대통령에 애도를 표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부 장관, 다른 정부 대표단 일원이 사망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이란이 새 대통령을 선출함에 따라 우리는 인권 및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이란 국민 및 그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란 대통령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며 "충돌 사고 발생 배경과 관련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확인했다.
커비 보좌관은 "우리는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이란 국민들에 대한 지지를 이어갈 것"이라며 "역내 안보 저해 행위에 있어서는 이란의 책임을 계속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비 보좌관은 장례식 정부 조문단 파견 여부에 대해선 "오늘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했고, 미국의 제재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란측의 반발에 대해선 "전적으로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란 차기 대통령 구도와 관련해선 "최고지도자가 결정할 것이며, 그가 이른바 '선거'에 유일한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이란 역시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행동에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슈 밀러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공식 애도 성명을 낸 이유에 대해 "우리는 누구도 헬기 사고로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애도가 이란 국민의 뺨을 때린 격이라는 등의 비판이 브리핑에서 이어지자 "그것(성명)이 그가 판사나 대통령으로서의 기록이나 그의 손에 피가 묻었다는 사실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시는 거의 40년간 이란 국민을 탄압하는데 가담해왔다"면서 "1988년 수천명의 정치범을 초법적으로 살해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등 끔찍한 인권 침해에 연루됐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이란의 여성과 소녀에 대한 인권 유린을 비롯해 최악의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헬기 사고와 관련, 이란 정부로부터 수색 지원 요청을 받았다는 것을 소개하면서 "다른 외국 정부의 요청에 응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공식 외교 관계가 없는 상태다.
미국은 핵무기 프로그램 추진,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테러집단 지원,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이란을 제재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도 인권 침해의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관련 기자회견에서 헬기 사고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매우 불행한 헬기 추락"에 의한 사망"이라며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또 이번 사고와 관련한 "우리의 군사대비 태세에 관해 발표할 것이 없다"며 "현 단계에서 꼭 광범위한 지역 안보상 영향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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