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속 이란 최고권력층에 '불확실성 뇌관' 터졌나

입력 2024-05-21 11:57  

내우외환 속 이란 최고권력층에 '불확실성 뇌관' 터졌나
전문가, 라이시 사망에 최고지도자 승계 빨간불 가능성 진단
후계 중대기로 속 정권 정통성 논란·역내 분쟁악화 위험 증폭할 수도
6월말 이란 대선 보궐선거, 정국 분수령 될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안팎으로 예민한 시기를 겪는 이란에 중대한 악재가 터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정세 혼란과 국민 불만에 맞서 체제 안정성을 떠받쳐온 최고권력층이 권력승계 때문에 홍역을 치를 것이라는 얘기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오는 6월28일 대통령 보궐선거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 안보 전문가들은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를 두고 이란 체제에 불안정성 및 유동성이 심화하는 게 아니냐는 진단을 제시했다.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된 인물이라는 사실이 그 근거였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전체주의 국가인 이란을 통솔하는 최고 권력자로서 안팎 어려움에 맞서 체제를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85세 고령인 까닭에 후계자 라이시 대통령의 사고사는 국가관리 계획의 심대한 차질이자 중대변수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국장인 알리 바에즈는 "체제 내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라이시를 후계자로 키우다가 갑자기 모든 계획이 어그러져 초안을 다시 그리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바에즈는 "체제가 내부에서 심각한 정통성 위기를 겪는 시점에 차기 최고지도자의 내부적 선출을 조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라이시 대통령을 대신할 유력한 최고지도자 후보로는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5)가 거론된다.
그러나 최고권력을 지닌 성직의 세습을 두고 이란 내에서 논란이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크탱크 요크타운연구소의 샤이 카티리 선임 연구원은 전임 최고 지도자들이 세습 권력에 정통성이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며 "지금 와서 최고지도자 세습을 이란인들에게 설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긴 했으나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결정권을 지닌 고위 성직자협의체가 다른 성직자를 선택하거나 집단 지도체제 같은 대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체제 불안정성을 부추길 권력승계 문제가 너무 큰 까닭에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이 부차적 사안으로 비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란 의회 결선투표에서 투표율이 10%에 미달하는 등 이미 선거가 국민의 관심 밖이라고 주장한다.
바에즈는 "이란은 아래에서 오는 정통성보다는 위에 있는 사상적 순응에 정말 많이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판론자라면 체제를 옹호하는 자까지도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선거는 이미 웃음거리"라며 "현재 이란 정부의 모든 관심은 차기 최고지도자로 순탄하게 넘어가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최고지도자 승계 구도를 다시 짜는 과정은 이란에 닥친 안팎의 위기 속에 이뤄지고 있어 더 주목된다.
이란 내부에서는 경제난, 개인적 자유에 대한 통제, 사생활 억압 때문에 국민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히잡 의문사를 계기로 촉발된 전국적 반체제 시위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이란 연구원 엘리 게란마예는 "새 정부는 망가진 경제, 국민의 깊은 좌절 때문에 훨씬 더 망가진 사회계약을 물려받고 출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을 넘어 세계 전체의 기존 질서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역내 패권을 추구하는 이란은 리스크로 지목된 지 오래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수십년간의 '그림자 전쟁' 양상에서 벗어나 직접 충돌하는 첨예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 러시아가 맞서는 진영구축이 심화하고 있다.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인 트리타 파르시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이란이 불안정한 시기에 들어가면서 긴장 완화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르시는 "나쁜 시점에 이란에 불안정이 닥칠 것"이라며 "그 때문에 급격한 분쟁 악화를 방지하는 게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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