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서 이란 대통령 추모 묵념…미 동참·이스라엘 반발

입력 2024-05-21 16:19  

유엔 안보리서 이란 대통령 추모 묵념…미 동참·이스라엘 반발
이 유엔대사 "수천명 학살자…다음은 히틀러 묵념이냐"
미 국무부 "라이시, 이란 국민 탄압 사실은 변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전날 헬기 사고로 사망하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미국도 묵념에 동참했으나, 이스라엘은 안보리가 '학살자'에게 고개를 숙였다고 반발했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열린 회의에 앞서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을 추모하는 묵념을 1분간 진행했다.
5월 순회의장국인 모잠비크의 유엔대사는 참석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시 대통령 등을 추모하며 묵념할 것을 제안했다.
묵념은 러시아, 중국, 알제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묵념했고,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 부대사도 동참했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안보리의 묵념 장면을 담은 영상과 함께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적은 게시물을 올렸다.
에르단 대사는 "오늘 안보리가 수천명을 살해한 라이시 대통령을 추모하며 묵념했다"며 "안보리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히틀러 사망 기념일에 묵념? 안보리는 그저 세계 평화에 위험이 됐다"고 말했다.
미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라이시 대통령 추모 묵념에 동참한 이유를 묻는 말에 그가 이란 국민을 탄압한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밀러 대변인은 라이시 대통령이 약 40년간 이란 국민을 탄압했고 1988년에는 수천 명의 정치범을 초법적으로 살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등 끔찍한 인권 침해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탑승한 헬기가 산악지대에 추락하면서 다른 탑승자들과 함께 사망했다.

k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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