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발부시 124개국 방문 사실상 어려워…"외교 경력의 끝"
이스라엘 내부서는 '순교자' 이미지로 결집 시도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실제 발부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의 오랜 외교 경력은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카림 칸 ICC 검사장의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 ICC 재판부가 영장 발부에 동의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가 실제로 재판받을 가능성은 작지만 외교 행보에는 족쇄가 채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칸 검사장은 이날 가자지구 전쟁에서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죄를 저지른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하마스 지도부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기에 자국 지도자를 체포·인도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체포 당사자가 ICC 회원국인 124개국을 방문하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영국 등 이스라엘의 동맹국 대부분은 ICC 회원국이다.
체포영장이 송부되면 ICC 규정과 자국 국내법상의 절차에 따라 범죄 수배자를 체포해 헤이그 재판소로 인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영장 발부시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적 기피 인사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슷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어린이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혐의 등으로 작년 3월 ICC에 수배됐다.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은 ICC 회원국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장 청구 소식이 나오자마자 "ICC 검사가 무엇을 암시하든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어떤 동등성도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편을 들긴 했으나, 두 사람은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 문제로 이미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이스라엘의 사정을 세계에 알리고 적대적인 환경에서 작은 나라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필요한 거래와 동맹을 맺을 수 있는 뛰어난 정치가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외국의 수도를 방문할 수 없는 지도자를 계속 두고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타임스는 칸 검사장의 수배 추진은 가자전쟁 이후 인기가 하락한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에서 '순교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반대자들조차 이스라엘의 총리가 하마스 지도자들과 함께 기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수행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당분간은 네타냐후 총리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더타임스는 이런 현상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네타냐후)와 이스라엘의 지지자들이 아무리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ICC 체포영장은 그의 오랜 외교 경력의 끝을 의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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