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의 권력 서열 2위이자 아야톨라 일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누가 그를 대체할 대통령으로 선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라이시 사후 권력 내부 투쟁이 본격 점화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6월말 대선 보궐선거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28일 보궐 선거를 치러 헬기 사고로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기로 했다. 대선 후보 등록은 이달 28일까지다.
이란의 대선은 통상 보수와 개혁 양 진영의 대결 양상을 보여왔고 양측이 8년(4년씩 연임)마다 번갈아 당선되곤 했다.
2021년 치러진 대선에서는 강경보수파인 라이시가 62%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2017년 대선에서는 개혁파 하산 로하니가 라이시와 치열한 경쟁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3월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반서방 강경 보수파가 압승하면서 라이시의 재선도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갑작스럽게 치러지게 된 대선의 대결 구도가 이전과 같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라이시 대통령이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됐던 점을 고려하면, 라이시 사후 이란 권력투쟁의 출발점이 될 이번 보궐선거의 열기는 이전 어느 선거보다 뜨거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기 대선까지 불과 6주 남은 가운데 아직 유력한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최고지도자의 자리로 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던 라이시 외에는 국민적 인지도와 현실 정치 경력, 장악력을 지닌 후보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외신들은 이란 정세와 과거 대선 출마 경력 등을 토대로 몇몇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최고지도자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4), 대선 후보를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 위원이자 최고지도자 선출 권한이 있는 '전문가 회의'(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인 알리레자 아라피(67)를 꼽았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평가받으면서 대통령을 거쳐 차기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세습통치는 이슬람 혁명을 이끈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이슬람 공화국 설립 취지에 반한다.
또 현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도 지난해 세습 정부가 이슬람 정신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서 후보군에서 배제될 공산도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보수파인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 이란 의회 의장과 최고 지도자 고문 출신으로 한때 이란의 핵 협상 대표로도 활동했던 알리 라리자니(66) 등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라리자니는 지난 2021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헌법수호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던 중도성향의 정치인이다.
그 밖에 하메네이의 측근으로, 대통령 유교에 따라 그 직무를 대행하게 된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부통령도 후보군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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