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우크라 대선 취소돼 20일 종료될 임기 연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애초 대통령 임기가 종료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러시아가 적법성 문제를 맹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3월 31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그해 5월 20일 취임해 이달 20일로 임기가 끝났다. 정상적이라면 올해 3월 대선을 치러야 했지만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으로 계엄령이 선포돼 모든 선거가 중단되면서 임기도 연장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 없이 대통령직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러시아는 이런 결정이 불법이라고 공격했다.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의장은 21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그(젤렌스키)는 잘 지내고 있지만 그의 정당성은 '0'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면 그는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대통령에서 다시 코미디언이 될 것"이라며 "그의 다음 경력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의 인민 재판소에 서는 것"이라고 했다.
도네츠크주(州)에 러시아가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타스 통신에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발발한 책임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그는 전쟁범죄로 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돈바스 주민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정치인 빅토르 메드베드추크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21일부터 그는 더 이상 국제무대에서 우크라이나를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7일 중국 국빈 방문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정치·사법 시스템이 먼저 20일로 임기가 끝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적법성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이 문제에 대해 운을 뗀 바 있다.
추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황에 따라 합의 문서에 서명할 일이 있을 때 상대가 적법한 대통령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으며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대선을 취소함으로써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 권력을 찬탈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드시 체포돼야 하며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재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임 5주년을 맞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면서 러시아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 등 우방국의 군사 지원이 더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방국들이 더 직접적으로 전쟁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한 것과 관련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동시에 서방이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하더라도 전선의 역학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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