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작품으로 배우 인생 첫 칸영화제 레드카펫
"1편과 2편 결 달라 부담 덜어…감독님 '불길한 에너지' 주문"
(칸=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제가 뤼미에르에서 언제 다시 영화를 보겠나 하는 생각에 연기 분석하지 않고 관객으로 처음 즐겨봤어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베테랑2'로 처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정해인은 영화 상영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칸에서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21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선 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저는 영화를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았고, 오래된 배우가 아니어서 뭔가 좀 실감이 잘 안 났어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최대한 덜 긴장한 것처럼 보이려고 하루 종일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베테랑2는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21일 새벽 칸에서 해외 관객에게 먼저 선을 보였다.
정해인은 "보통 시사회 할 때는 제 연기 위주로 보며 분석하는데 이번엔 안 그랬다. 후회할 것 같았다"며 "처음으로 관객으로 즐겨볼까 하고 봤더니 시간이 빨리 갔다. 후회 없이 즐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해인(박선우 역)은 극 중 황정민(서도철 역)의 눈에 띄어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로 투입돼 연쇄 살인마를 쫓다가 점점 극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는다.
그는 "베테랑이 처음 나왔을 땐 저도 완전 햇병아리였고, 어리바리하고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스템도 잘 모를 때였다. 이 영화는 마냥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작품에 제가 9년 이후 합류한 것"이라며 감사해했다.
1편이 1천만 관객을 넘기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기에 후속편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게 정해인으로서는 부담이기도 했지만 2편이 1편과 결이 다소 달라 정해인에겐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는 "1편과 비슷한 결이었다면 오히려 부담이 더 컸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보여줘야 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해인의 '선한 이미지'와 액션을 잘 버무리는 건 과제였다.
그는 "감독님이 제게 '관객에게 계속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냈으면 좋겠다, 불길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며 "그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극 중 정해인은 격투기에 능한 형사로 등장한다.
정해인은 "액션 스쿨에서 반년 정도 체력 훈련이나 관절기 기술을 많이 준비했다"며 "액션 연기 후 모니터링을 하면서 '나에게도 이런 표정이 있었구나' 발견하는 순간이 많았다. 낯설었다"고 회상했다.
영화에서 정해인은 선과 악의 경계 지점에 서 있다.
정해인은 "선함과 악함의 기준은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의도 다르고, 누군가를 '착하다'고 평가할 때 나에게 착한 건지 사회적으로 착한 건지 다 다르다"며 자신이 연기한 박선우를 해석했다.
선배인 배우 황정민을 옆에서 보며 배운 점도 많다고 했다.
그는 "자기 관리나 현장에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많이 느꼈다. 주인공이라고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감독과 스태프, 현장의 공기를 책임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은 건 영화배우로선 엄청난 성공이지만 정해인은 칸 전과 후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칸은 칸이고, 돌아가서 남은 드라마 촬영을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자꾸 위를 보려고 하면 조급해지고 불행해진다. 불행해지고 행복해지는 건 한끗 차이여서 지금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해인은 tvN의 새 로맨틱 코미디 '엄마친구아들'로 올여름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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