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송수신기 전원 꺼져있거나 장착 안됐을 가능성"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탑승했던 헬기를 수색하기 위해 무인기(드론)를 지원했던 튀르키예가 해당 기체의 전자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영 TRT하베르 방송에 따르면 압둘카디르 우랄로을루 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수색 상황과 관련해 "우리는 우선 헬기가 신호를 발신하고 있는지를 추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랄로을루 장관은 만일 헬기의 트랜스폰더가 작동했다면 자국 드론이 이를 확실히 탐지했을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트랜스폰더의 전원이 꺼져 있었거나 아예 장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트랜스폰스터란 헬기를 비롯한 모든 항공기에 위치 추적 및 통신 용도로 탑재되는 전파송수신기를 가리킨다.
지난 19일 오후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산악지대에서 실종됐을 당시 현지 구조대가 악천후와 험한 지형 탓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자 튀르키예는 자국 방산업체 바이카르가 생산한 아큰즈 드론을 보냈다.
아큰즈 드론은 이란 상공에서 추락 헬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열원을 파악해 이란 당국과 좌표를 공유한 뒤 귀환했다.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등 헬기 동승자 9명은 이튿날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시 대통령을 태웠던 헬기는 1960년대 후반부터 운용된 미국산 벨-212 기종으로 알려졌다. 생산 초기 모델일 경우 55∼56년 된 노후 기체일 수 있다.
이날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추락 사고가 "기술적 고장(technical failure)"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의 항공산업에 제재를 가한 미국이 이번 추락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왔는데 여기에는 이란이 서방으로부터 수십년간 항공기와 예비 부품을 사지 못하게 한 미국의 조치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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