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배로 증가…"급진화한 집단이 체제 부정"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최근 정치인 피습 사건이 잇따르는 독일에서 지난해 정치적 동기로 인한 범죄가 6만건 넘게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은 21일(현지시간) 지난해 정치적 동기 범죄가 전년보다 1.9% 늘어난 6만28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고 10년 사이 배로 늘어난 수치다.
정치적 동기 범죄는 좌·우익이나 외국·종교적 이념을 동기로 한 증오·선동·모욕·폭력 등 범죄를 말한다. 반유대주의나 환경운동·여성혐오가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포함한다.
우익 범죄가 1년 새 23.2% 증가한 2만8천945건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좌익 범죄는 7천777건, 외국 이념 범죄는 5천170건으로 집계됐다.
종교적 범죄는 1년새 203.1% 증가한 1천458건이었다. 당국은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이같은 범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선동이 전체의 33.2%인 1만9천905건으로 가장 많았다. 나치 경례나 상징물 사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어 재물손괴(9천304건), 모욕(8천376건), 폭력(3천561건) 순이었다. 살인미수와 살인도 각각 17건, 3건 있었다.
홀거 뮌히 BKA 국장은 "일부 집단의 급진화 경향이 국가 체제와 공권력의 정당성 부정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사회 평화를 위협하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내달 초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최근 집권 사회민주당(SPD) 소속 마티아스 에케 유럽의회 의원과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경제장관 등 정치인들이 잇따라 물리적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는 연방공화국 체제를 부정하며 군사 쿠데타를 모의한 극우단체 '애국연합' 조직원 27명이 기소됐다.
이들은 연방정부 관료와 의원들을 체포하고 과도정부를 수립한 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과 재협상을 벌여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사라진 독일제국을 복원할 계획이었다.
극우 제국시민(Reichsbuerger) 운동과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적발 당시 총기 380정과 탄약 14만8천발, 쿠데타 자금 50만 유로(약 7억4천만원)를 확보한 상태였다. 피고인 가운데는 독일대안당(AfD) 의원을 지낸 현직 판사와 전직 군인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제국 수반'을 맡은 옛 귀족 가문 출신의 부동산 사업가 '하인리히 13세 왕자'(72)를 주동자로 파악했다. 이날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지도자도, 주동자도, 테러단체 조직원도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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