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밀레이, 스페인 방문해 '좌파' 총리에 독설…외교갈등 격화
스페인 "전례없는 모욕"…밀레이, 사과 없이 "오만한 사회주의자" 반격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외교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스페인 극우 정당 행사에 초대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향해 거친 언사를 이어가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철수한) 대사가 영구적으로 마드리드에 머물 것"이라면서 "아르헨티나에는 더 이상 스페인 대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레스 장관은 "국가 원수가 다른 나라의 수도에 와서 그 나라의 기관을 모욕하고 노골적으로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그 어떤 (긴장) 고조에도 관심 없고 원하지도 않지만, 특히 스페인의 수도에서 공격이 벌어졌을 때 스페인 기관의 존엄과 주권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했다.
알바레스 장관은 "이념적 차이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면서 대리 대사가 아르헨티나 주재 자국 대사관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스페인을 방문한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의 '유럽 비바 24' 행사에서 좌파 정치인인 산체스 총리 부인의 '부패'를 언급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산체스 총리가 이 문제로 총리직 계속 수행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데 5일이 걸렸다는 취지로 비꼬기도 했다.
스페인 정부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발언"이라며 밀레이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또 아르헨티나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으며 자국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앞서 스페인 사법당국은 지난달 총리 부인 베고냐 고메스의 부패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복스 등 우파 정치권이 부인을 고발한 극우단체 '마노스 림피아스'(깨끗한 손)와 짜고 자신을 공격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밀레이 대통령은 중남미 좌파 정상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마찰을 빚어왔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 정부의 조치에 대해 "터무니없고, 오만한 사회주의자의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발끈했다.
그는 또 21일 자유주의 기관으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마드리드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산체스 총리를 계속 도발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그의 핏속에 전체주의가 얼마나 깊이 흐르는지 볼 것"이라며 "우리는 그의 엄청난 열등감이 스페인의 자유주의자들이 나에게 직접 상을 주도록 허용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썼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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