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안보 보장 필요"…핀란드 등 나토 국가들 반발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국방부가 발트해에서의 영해 경계 변경을 추진하는 법안 초안을 발표, 인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반발하자 초안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 법안 포털에서 국방부가 제안한 발트해 영해 경계 변경 법안 초안 페이지에 들어가면 "초안이 삭제됐다. 요청한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나온다. 삭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국방부는 전날 핀란드만 동쪽과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 근해 상 러시아 섬들 주변의 국경을 조정하는 것을 제안하는 법안 초안을 이 포털에 게시했다.
다음 달 4일까지 이 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 1월 법안을 발효한다는 일정도 함께 실렸다.
이 초안에는 영해 경계를 왜 조정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조정해야 하는지, 발트해 주변의 다른 국가들과는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1985년 옛 소련이 승인한 현 경계가 현대 지리적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치적인 배경은 없다"면서도 "발트해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대립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관련 부서가 적절히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해양 진출로인 발트해는 나토 회원국들에 둘러싸인 상황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위협을 느낀 스웨덴과 핀란드가 군사중립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핀란드가 나토 회원국이 되고 올해 3월에는 스웨덴이 나토에 합류하면서 발트해를 나토 회원국이 포위하는 진영이 갖춰졌다.
러시아의 발트해 영해 경계 변경 움직임이 알려지자 발트해에 인접한 나토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엘리나 발토넨 핀란드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연안국의 해양구역 정의와 개정에 대한 조항이 포함된 유엔 해양법 협약을 준수할 것을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발트 3국인 리투아니아 외무부도 러시아의 영해변경 추진은 또 다른 하이브리드전이라면서 공포와 불확실성, 저의에 대한 의문을 확산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토와 유럽연합(EU)에 대한 명백한 도발로 적절히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트해 변에 있는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는 리투아니아뿐 아니라 폴란드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마르구스 차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터무니 없는 생각으로 보인다"며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시도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국경을 새로 설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이 나오자 타스,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관영 통신사들은 익명의 군사·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는 발트해의 국경선과 경제수역, 대륙붕의 해상 국경을 변경할 의도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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