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 언어장벽에 뿌리찾기 좌절"…벨기에서 무료 한국어교육

입력 2024-05-23 05:45  

"입양인, 언어장벽에 뿌리찾기 좌절"…벨기에서 무료 한국어교육
주벨기에대사관·예탁결제원 KSD나눔재단 맞손…룩셈부르크서도 실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저도 여러 차례 제 친부모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좌절했어요. 한국어를 못하는 건 그중에서도 큰 제약이었죠."
벨기에 한인입양인단체(이하 단체)를 이끌고 있는 프레데릭 판데르플라셔(56·한국명 원정선)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판데르플라셔 회장은 1973년 한국에서 벨기에로 입양된 한인 입양인이다.
그는 "한인 입양인들 사이에서는 '모국어'를 배우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며 "물론 사설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난 편이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모두가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운이 좋게 친부모와 연락이 닿게 됐을 경우 의사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 한국어를 미리 배워두려는 입양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단체 측은 지난해 유정현 주벨기에 대사와 첫 면담 자리에서도 이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유 대사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마침 당시 다른 업무차 브뤼셀을 방문했던 한국예탁결제원 측에 무료 교육 프로그램 후원 의사를 타진했고, 논의를 거쳐 예탁결제원 KSD나눔재단에서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재단 측은 교육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벨기에 한인입양인단체, 룩셈부르크 한국문화의 집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각 5천만원씩 총 1억원을 후원할 예정이다.
현재 벨기에에는 한인 입양인이 3천700여명에 달하고, 룩셈부르크에도 650여명이 거주 중으로, 무료 한국어 교육이 현지에서 실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단체는 한국어 강좌 3개 과정을 진행한다. 일단은 80여명 규모로 시작된다. 입양인 자녀들에게도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입양인들의 심리적 고립감 해소와 정체성 확립을 위한 다양한 한국 문화체험 및 친목행사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대사관에서 열린 업무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이순호 KSD나눔재단 회장은 "한국어 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한국인 입양인과 가족들이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해 대한민국과 소중한 인연을 확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정현 대사는 "모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입양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에서도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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