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아프리카 국가 등 저개발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소외 열대성 질병'이 말라리아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따른 확산 우려가 커지는데도 이에 대비한 연구가 미진하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적했다.
WHO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부터 작년까지 발간된 소외 열대성 질병 및 말라리아 관련 논문 등 4만2천여건의 연구 기록을 검토한 결과 기후변화가 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만큼 학계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외 열대성 질병(NTDs·Neglected Tropical Diseases)은 빈곤하고 더운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20여가지 질병을 통칭한다.
흙으로 알이 배출돼 옮겨지는 기생충 질환, 빈대가 매개하는 원충성 질환인 샤가스병, 모기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뎅기열 등이 있다. 고열과 설사 등의 증세를 수반하는 말라리아 역시 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이다.
의료 역량이 뛰어난 국가에서는 감염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 탓에 질병 대응이 쉽지 않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떨어진다. 질병군 명칭에 '소외'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WHO는 기후변화가 이런 질병의 확산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 한동안 발병하지 않던 지역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되는 일이 빈발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말라리아 감염 건수가 2021년 50만건이었지만 2022년 대홍수를 겪은 뒤 5배 증가한 260만건까지 치솟았다.
기후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발병률과 질병 확산 범위 등에 영향을 주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즉시 도입 가능한 해법까지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지만 최근 10여년간의 연구물에는 그런 성과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게 WHO의 지적이다.
연구물이 나오는 곳도 의료 접근성이 좋은 국가인 경우가 많다고 WHO는 전했다.소외 열대성 질병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례 연구가 필요한 지역은 학문적 측면에서도 소외돼 있다는 것이다.
WHO의 소외 열대성 질병 담당자인 이브라히마 소세 팔 박사는 "말라리아와 소외 열대성 질병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잘 이해하고 예측하려면 포괄적이면서 표준화된 연구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수십년간 질병을 연구한 노력이 기후변화로 뒤집힐 수 있다"면서 "전 세계에 경고 신호를 보낼 연구를 위해 국제사회는 긴급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