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집권 보수당, 노동당에 20%p 지지율 열세
"경제안정 보수당이 지켜"…노동당 스타머 "혼란 끝내고 재건해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오는 7월 4일 차기 정부를 결정할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리시 수낵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한 깜짝 연설에서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라며 7월 4일 총선을 치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찰스 3세 국왕과 만나 다음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을 요청했고 찰스 3세가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다음 총선은 내년 1월 28일까지 치러지면 되지만, 총리가 조기 총선을 발표할 수 있다.
지난 총선은 보리스 존슨 총리 때인 2019년 12월 치러졌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치러진 당시 총선에서 보수당이 하원 650석 중 과반인 365석을 확보해 존슨 총리가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수낵 총리는 총선이 올해 하반기에 치러질 것이라고 거듭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날짜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총선 시기에 대한 여러 관측이 나왔지만 10∼11월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돼 왔다.
지난 14년간 집권해온 보수당은 제1야당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는 지지율 열세를 보이고 있다.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진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도 노동당이 보수당에 압승을 거뒀다.
그런데도 조기 총선을 발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은 영국 경제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낵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힘겹게 얻어낸 경제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내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뿐"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를 여러분께 제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해낸 성취, 대담한 행동이 자랑스럽고 장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자신감이 있다"며 "이제 문제는 여러분이 가족과 나라에 안전한 미래를 위해 누굴 믿느냐"라고 강조했다.
지지율 강세에 힘입어 조기 총선을 촉구해온 노동당은 총선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보수당이 집권해온 지난 14년간 물가가 치솟고 치안이 위험해졌으며 공공 서비스에 위기가 왔다면서 정권 교체론을 펼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수낵 총리의 발표 이후 사전 녹화된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려 "보수당 집권 14년을 거쳐 이제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란을 멈추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만약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해 총리가 바뀐다면 8년간 6명의 총리를 맞이하게 되며 이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편인 영국에서 183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수낵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2010∼2016), 테리사 메이(2016∼2019), 보리스 존슨(2019∼2022), 리즈 트러스(2022) 총리에 이어 2022년 10월 취임했다.
이날 총선일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수낵 총리는 노동당 정부에는 안전한 미래가 없다며 연설에 나섰고, 스타머 대표는 선거 공약을 발표하는 등 양당이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 것으로 여겨졌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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