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육·해·공·로켓군 합동군사훈련…지난해 8월 이후 9개월만
중국군 "해상·육상 타격 훈련"…라이, 첫 군부대 방문서 "자유·민주 수호"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중국군이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 사흘 만에 대만을 사실상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에 돌입했다.
대만 역시 곧바로 군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23일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오전 7시 45분(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 남부, 동부 및 진먼다오, 마쭈다오, 우추다오, 둥인다오 등에서 육·해·공·로켓군 병력이 참가하는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매체들도 중국군 발표를 주요 뉴스로 전했다.
'연합리젠(利劍)- 2024A 연습'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날 훈련은 대만을 한 가운데에 두고 주변 해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동부전구는 대만 섬 주변에서 합동 해상 및 공중전투 준비 태세 점검, 표적에 대한 합동정밀 공격 등에 초점을 맞춰 훈련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리시하이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섬 북부와 남부 해·공역에서 대(對)해상 돌격과 대육상 타격, 방공·대잠수함 등 과목 훈련을 지속했고, 전구 부대의 다중 영역 협동 및 연합 타격 등 실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훈련은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독립' 분리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징계(응징)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날 동부전구는 훈련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별도로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 해경국도 푸젠성 해경이 우추다오와 둥인다오 인근 해역에서 함정 편대를 조직, 종합 법 집행 훈련을 전개해 합동 순항과 신속 대응, 비상 대응 능력을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훈련은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취임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대만을 겨냥해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는 무력시위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라이 총통은 지난 20일 취임 연설에서 '독립'에 대한 직접 언급 없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 주권 등을 포함한 '현상유지' 입장을 밝혔으나, 중국은 대만의 주권 주장이 곧 '독립' 주장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대만 군 당국은 중국의 대규모 군사 훈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의 군사훈련에 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규정에 따라 육·해·공군을 투입해 대응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만의 주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군 장병들에게 "전쟁을 회피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상 대비 태세를 철저히 갖출 것을 주문했다.
중국군 훈련의 표적인 라이 총통은 이날 대만 북부 타오위안 소재 해병대 제66여단을 찾아 "대만 정부는 외부 도전·위협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총통이 취임 후 군 통수권자로서 일선 부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포위' 훈련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중국군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견제'를 기치로 대만의 편에 선 미국과 일본은 중국군의 훈련에 우려를 표명했다.
스티븐 스클렌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호주 캔버라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중국군의 훈련과 관련해 "우리는 그들(중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야 한다.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중국 측에 직접 전달하고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 뜻을 같이하는 나라와 긴밀히 협력해 각국의 공통된 입장을 명확하게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의 우려 표명에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스클렌카 부사령관의 발언을 겨냥해 "대만 독립 세력을 부추기고 지지함으로써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중국의 국가주권과 영토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모두 반드시 중국의 결연한 반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군의 대규모 무력 시위에 대만군이 즉각 대응하고, 미국 등이 중국을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양안간 긴장의 파고는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대만 주변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에 나선 것은 라이 당시 대만 부총통이 미국을 방문했던 지난해 8월 이후 약 9개월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은 작년 8월 19일 라이 당시 부총통의 미국 방문 후 귀국에 맞춰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통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이에 앞서 재작년 8월에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4월에도 당시 차이잉원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이유로 '대만 포위' 훈련을 펼친 바 있다.
j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