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이사국 반대로 진전은 없어…제재위, '감시탑' 없이 활동 보고
제재위 의장국 "대안 모색할 것"…한국 "한미 중심으로 여러 옵션 고민"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한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감시 메커니즘 마련 논의가 쉽사리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는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공식 협의를 열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를 의제로 논의를 벌였다.
대북제재위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의해 설립된 안보리 산하 기구다.
대북제재위 의장국(현 스위스)은 90일마다 주기적으로 활동 내용을 안보리에 보고해야 한다. 안보리 비공식 협의는 안보리 이사국만 참석할 수 있는 비공개회의다.
이날 의장국 보고는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한 후 이뤄진 첫 보고 자리였다.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위원회를 보조해 제재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감시탑' 역할이었다.
안보리는 지난달 28일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을 표결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30일 임기를 마치고 지난 5월 1일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이날 비공개 협의에선 안보리 전문가 패널 역할을 대신할 대체 메커니즘에 관한 이사국의 의견 표명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패널 존속을 두고 상임이사국 간 견해 차이가 있다 보니 안보리 내에서 관련 논의가 구체화하거나 진전을 보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리 의결 구조상 상임이사국 중 1개국이라도 반대 의견을 고수하는 안건은 통과될 수 없다.
안보리 외부에 전문가 패널을 대신할 대체 메커니즘을 만드는 방안도 현실적인 한계 사항이 많아 논의가 쉽게 진전되고 있지 못하는 분위기다.
앞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소속 전문가 3명이 임기종료 전 우크라이나로 출장 조사를 벌인 결과를 제재위에 보고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이사국은 전문가패널 전체의 합의를 거친 정식 보고서가 아니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전문가 보고서는 "지난 1월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에서 수거된 미사일 잔해가 북한산 화성-11형 계열 미사일에서 나온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전문가 패널 부재를 메울 대체 메커니즘 모색에 관한 요구는 유엔 내부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 대북제재위 의장국인 스위스의 파스칼 베리스빌 유엔대사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전문가 패널 활동 종료에 대해 "대북제재위는 제재 이행을 위해 독립적인 전문가의 분석과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일 등 유엔 회원국 50개국도 지난 1일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분석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당시 50개국을 대표해 공동성명을 발표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대안 감시 기구 설립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다수의 가능성을 현재 검토 중"이라면서 "동료 회원국들과 매우 시급하게 다루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주유엔 한국대표부 고위 관계자도 대안 기구 설립에 대해 "한미를 중심으로 여러 옵션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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